최범수 KDI선임연구위원그는 한마디로 경제학의 천재다. 경제학 분석의 툴이 갖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의 눈으로 경제현상을 직관하고 그 직관력을 글로 옮긴 학자로 유명하다. 그가 세계경제와 경제학계에서 이룬 행적은 거장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는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미국인의 시각보다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경제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세계은행 수석부총재겸 경제학자로 재직할 당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 재무성과 마찰을 빚을 정도로 세계적 시각에서 경제학을 추구했다.
스티글리츠하면 당장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외환위기를 맞을 당시 한국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정확한 처방을 내려줬다는 점이다. 또 미국 정부와 IMF에 쓴 소리를 많이 했다.
우리와는 아주 친숙한 인물이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원의 국제자문위원자격으로 방한하기도 했다.
당시 스티글리츠는 우리정부에 초긴축, 고금리정책을 요구하는 IMF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아시아 위기의 문제는 과소비로 야기된 남미국가들과는 다른데 처방을 같이 하면 안된다고 강변했다.
'새 질병에 구식 처방(New disease, Old prescription)'
그가 영국의 세계적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98년 가을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스티글리츠는 그 글에서 아시아국가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지 남미국가들에게 내린 처방처럼 긴축정책이 아니라며 IMF를 신랄히 비판했다.
학문적으로 그의 전공은 경제학 전분야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나치게 계량적으로 흐르는, 달리 말해 너무 현학적인 방향으로만 흐르는 미국의 주류경제학을 몹시 못 마땅하게 여겼다.
대신 거기에 맞서 관심분야를 바꿔가면서 공공경제학, 재정학, 독점경쟁, 불완전 정보의 경제학등의 분야에서 자신의 시각을 도도하게 펼쳐보였다.
그는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재벌문제에 대해 강한 톤의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재벌의 금융소유는 절대 안되며 재벌 개혁이 없이는 경제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그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