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각개전투로는 추격 역부족… SW업체 인수합병 나서야

■ 국내 하드웨어업체 대응 어떻게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구글의 야심이 본격화되면서 휴대폰을 비롯한 국내 하드웨어 업계은 연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체제(OS)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세력을 넓히는 것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뒤늦게 소프트웨어 인력 확충에 나선데다 이마저도 사실상 '각개전투'로 맞설 계획이어서 대응이 미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발표하자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가 미래 경쟁력"이라며 부랴부랴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에 뛰어들었다. 구글에 전적으로 기댔다가는 자칫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연말까지 전체 연구개발(R&D) 인력 5만명 중 절반 수준인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3만5,000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와 창의적 인재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분야에서 신입사원의 필기시험을 면제하는 특별전형도 신설했다. LG전자도 그룹 내 '1등 소프트웨어 위원회'를 만들고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인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거시적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전략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소프트웨어 명장'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구글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산 스마트폰의 구글 안드로이드 채택 비율은 90%에 달한다. 안드로이드 외에 윈도폰(마이크로소프트), 바다(삼성전자) 등 다른 운영체제가 있지만 이미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주요 스마트폰 라인업을 가져가고 있어 향후 스마트폰 운영체제 전략에서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기에다 앞으로는 모토로라 우선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어 안드로이드가 폐쇄적인 운영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하드웨어 업계가 구글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뒤늦은 소프트웨어 육성전략으로 구글의 뒤를 따라가는 것은 근시안적인 해법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외 소프트웨어 업체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이나 업무협력이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해 인수합병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수합병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를 넘어선 '플러스 알파'를 찾는 것도 결국 다양한 업체와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병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은 장기적으로 모토로라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접목한 '토털 IT제조사'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IT 업계가 치열한 경쟁구도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과거와 다른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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