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30일] 복수가 정의로 통하는 사회

충무로에 때아닌 '복수' 붐이다. 납치된 옆집 소녀에 대한 복수(아저씨)와 살해된 약혼녀에 대한 복수(악마를 보았다)가 스크린을 휩쓸고 있다. 잔인한 '복수'가 영화의 소재로 쓰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영화 속의 '복수'는 사회가 구현해주지 못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나온다는 것이 새롭다면 새로운 점이다.

영웅들이 상대하는 악마들은 하나같이 동정의 여지가 없는 '절대 악'이다. 이들은 '싸이코 패스'라는 편리한 설정을 핑계로 이유 없이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 어린 아이들을 납치하고 장기를 팔아 넘긴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주인공들은 이 악마들을 법의 테두리에 넘길 생각이 전혀 없다. 관객들도 법 대신 영웅이 이들을 처벌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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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이런 설정이 나오고 관객들이 이를 보고 통쾌해 하는 이유는 법의 테두리로 넘어가면 정의가 구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미 '법'이 힘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의를 구현해주지 못하는 무기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을 다녀갔다. 4,500여명이 강연을 찾아 성황을 이뤘고 그의 책은 출간 석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정의를 책 속에서라도 찾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거짓말 답변 등으로 얼룩진 최근의 인사 청문회에 또 한번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다. 결국 인사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국무총리 후보자 및 몇몇 장관 후보자들이 29일 자진 사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에 제시한 '공정한 사회'는 새로운 화두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열망이다. 법을 무시하고 개개인의 복수가 난무하는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보다는 법과 상식을 통해 정의가 구현되는 현실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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