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비상경제대책회의' 1년<br>친서민·중도실용으로 하반기 무게중심 이동<br>내년 상반기까지 존속 '경제팀 옥상옥' 불만도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 20~30대 젊은 벤처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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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사상 최악의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초 신설한 '비상경제대책회의(이하 비경회의)'가 24일 청와대 지하벙커(워룸)에서 올해 마지막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의 토론 주제는 ▦희망근로사업 ▦중소기업 경영난 ▦청년실업 등 이른바 '친(親)서민' 정책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근로사업에 대해) 행정안전부에서 내년 초 사업 책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회의를 한번 하도록 하라. 중복이 있는 부분을 확인해 시정하면 예산이 절약되고 이렇게 절약되는 예산을 서민을 위해 배정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올해 초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체제로 출범한 비경회의는 상반기에 과감한 정책결정과 집행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하반기 들어서는 친서민 경제정책을 생산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또한 내년에는 '일자리 창출'을 최대 과제로 다양한 정책 솔루션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비경회의가 당초 정해진 기한(6개월)을 두 차례나 넘겨 내년 상반기까지 존속시키기로 결정되면서 정부 경제팀의 정상적 기능에 장애를 주고 있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속대응으로 경제위기 신속 돌파=올해 1월8일 첫 가동된 비경회의는 출발부터 전시대응체제를 방불하게 할 만큼 비장했다.
청와대는 비상경제상황실을 청와대 안 지하벙커에 설치해 '워룸'의 긴박감을 살렸고 회의 시작시간도 매주 오전7시로 고정시켜 참석자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경제상황을 전쟁에 준하는 사태로 전제하고 긴박하게 움직이겠다는 상징적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출범 당시 비경회의의 성격에 대해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현안, 부서 간에 급히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안건, 이런 것들을 우선 긴급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모든 부처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의 체감이 반영돼야 살아 있는 회의가 된다. 경제난국 극복에 대한 최종적인 의견조율이 이 회의에서 정리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간 굵직한 안건과 파격적인 방안이 비경회의에서 결정됐다. 1월8일 첫 회의의 의제였던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 문제'를 시작으로 1월15일에는 '일자리 창출과 예산 조기집행 대책'이 논의돼 실행에 옮겨졌으며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 신용보증 확대(2월12일) ▦환율 및 수출입 종향 등 경제현안 보고(3월9일)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3월26일) ▦재정 조기집행, 해운 구조조정(4월23일) ▦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 및 대응(5월7일) ▦고유가 대응을 위한 에너지 수요 관리대책(6월4일) 등의 긴급 경제 현안들이 다뤄졌다.
◇하반기, 친서민 정책에 초점=올해 하반기 들어 비경회의의 무게중심은 경제비상대책에 '올인'하는 분위기에서 친서민ㆍ중도실용도 아울러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졌다.
그 기점은 6월25일 22차 비경회의였다. 이날 이 대통령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논의하면서 "한국 경제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재정을 조기에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국민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말한 뒤 비경회의에는 '친서민' 색채가 한층 짙어졌다.
이후 비경회의에서는 ▦비정규직 문제(7월30일) ▦쌀 재고 증가대책(8월13일) ▦친서민 세제지원방안(8월20일) ▦서민 주거안정대책(8월27일) ▦추석 민생 및 생활물가 안정대책(9월10일)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 사업 확대(9월17일) 등 민생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정부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8월 중순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및 공급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는 등 친서민 행보를 가속화했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한 저리융자제도인 '미소금융', 대학생들에게 저리로 학자금을 빌려주고 취업 후 갚도록 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의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올해 마지막 비경회의인 24일 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관심은 역시 '친서민' 정책이었다. 이 대통령은 희망근로사업과 관련, "부유층 지역이나 예산 여유가 있는 곳에 희망근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기계적으로 배분하지 말고 돈이 없는 지역, 어려운 지역에 더 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내년에는 '일자리 창출'에 역점=비경회의는 당초 올해 7월까지 시한부 설치됐다. 그러나 6개월씩 두 차례 시한을 늘려 내년 상반기까지 존속이 결정되면서 '상설(常設)기구'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비경회의의 존속 이유는 "출구전략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이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내년 비경회의의 초점은 '일자리 창출'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4일 라디오 연설에서 "정부는 서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고 정부는 즉시 "매주 목요일 열리는 비경회의를 월 1회 '국가고용전략회의' 형태로 전환, 서민 일자리 대책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비경회의에서도 일자리 문제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청년구직난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고 한번 입학하면 졸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미취업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기술교육을 받는 기간에 생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정 부분 정부가 보조하는 방안을 마련해보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