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1일] 위트먼 피어슨


피어슨그룹.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출판ㆍ교육ㆍ언론 그룹이다.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 문고판 시리즈로 유명한 ‘펭귄북’, 영어권 최대의 교과서 공급업체인 피어슨 에듀케이션이 피어슨그룹 소속이다. 출발점은 건설업. 1844년 창업해 1910년까지 업태를 유지했다. 사업을 다각화한 인물은 3대째 오너인 위트먼 피어슨(Weetman D Pearson). 학업을 마다하고 회사를 물려받아 지방의 무명업체를 세계 굴지의 건설회사로 키웠다. 24세인 1880년 본사를 요크셔에서 런던으로 옮긴 그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 도버와 핼리팩스 항만 정비와 철도ㆍ터널을 건설하고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ㆍ중국ㆍ수단까지 공사현장으로 만들었다. 1895년에는 하원의원으로도 뽑혔다. 도약의 계기를 맞은 곳은 멕시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철도를 건설하던 중 1910년 초대형 유전을 발견해냈다. 그가 설립한 멕시칸이글사 덕분에 멕시코는 순식간에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원유생산국으로 떠올랐다. 한창 돈을 벌던 그는 1차대전이 터지자 미련 없이 영국에 돌아와 탱크 부품공장과 조선소를 짓는 데 재산을 쏟아부었다. 항공산업위원장직을 맡아 영국 공군력을 키워낸 공로로 자작 작위도 받았지만 프랑스 전선에서 아들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종전 이후 그는 더 큰 돈을 벌었다. 멕시칸이글사를 로열더치셸에 매각한 덕분이다. 석유사업을 정리한 그는 1927년 5월1일, 71세로 사망할 때까지 언론ㆍ출판사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데 여생을 바쳤다. 그의 후손들이 유지를 받든 결과가 오늘날의 피어슨그룹이다. 사업방향을 몇 번이나 틀었던 피어슨의 평생을 일관한 것이 있다. 국가에 대한 헌신과 의무다. 참으로 부럽다. ‘친기업 정서’는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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