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품이라도 국내 가격이 해외 쇼핑사이트보다 최고 10배나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 소비자는 '호갱님('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어수룩한 손님을 지칭)'이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식품·의약품 △패션·잡화 △가전·생활용품 △유아용품 △뷰티 △명품 등 6개 부문 35개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을 해외 유명 쇼핑사이트 '아마존'과 비교한 결과 제품가격 차이가 기본적으로 2배에서 크게는 10배까지 뻥튀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35개 제품 가운데 국내 가격이 아마존 판매가를 밑도는 제품은 단 1개에 불과했다.
한국 소비자를 '호갱님'으로 추락시킨 대표적 품목은 유아용품으로 제품에 따라 크게는 10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고 수입식품과 의약품도 최고 4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뷰티 상품의 경우 2배는 기본이며 4배까지 국내 판매가가 비쌌으며 가전제품은 평균 2배가량 높았다. 프리미엄 패딩도 보통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해외 사이트에서 50만원대인 캐나다구스 남성 패딩의 경우 국내에서는 최고 103만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이처럼 수입제품의 가격거품이 극심한 것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도소매상 등이 각자 이윤을 챙기면서 값이 치솟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가나 현지 판매가보다 비싸게 팔면서도 겉으로는 가격파괴 등을 내세우는 유통업계의 '양두구육'식 영업행태와 '바다 건너온 물건이면 무조건 좋다'는 사대주의 발상이 맞아떨어지면서 국내 유통시장은 이른바 '호갱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실제로 한 해외 명품 브랜드 대표는 "한국은 무조건 비싸게 책정해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해 잘 팔린다"면서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도 잘되기 때문에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가격정책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호갱 탈출'을 선언하며 해외직구 엑소더스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소비시장은 직구대란으로 비상이 걸렸다. 국내 기업들이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뒤늦게 직구족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들의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원은 한국 소비자의 직구 피해를 막기 위해 내년 1월 '해외거래소비자지원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박명희 전 소비자원장은 "인터넷 발달로 전 세계 제품가격 정보를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고쳐가는 유통업계의 성찰이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안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