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M&A냐” “그린메일이냐”/특정기업주 매집 홍콩자본 실체는

◎M&A설­상업자본 국내유통업 직접 진출 모색/그린메일설­경영진 압박 등 통해 단기차익 노린 것/“페레그린 그룹 서울이전 앞서 기반다지기” 추측도미도파의 적대적 M&A(Mergers & Acquisitions·기업인수합병) 주도세력이 홍콩계 자금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증권관계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홍콩계 자금이 지난해 연말부터 특정기업의 주식을 무슨 목적으로 집중 매집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이들 홍콩계자금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기업주식은 미도파 외에 세원, 대농, 해태제과, 선경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재 증권시장에서는 ▲홍콩계 자금이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전 이거나 ▲단기 주가차익을 겨냥한 그린메일, 또는 ▲기타의 목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누구도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에 유포된 소문들을 알아본다. ○…현재까지 주식시장에서는 홍콩계 외국인이 미도파 등 국내 기업주식을 대거매입하는 것은 홍콩의 중국반환에 앞서 홍콩계 사업자가 국내 유통업에 참여하기 위한 시도이거나 적대적 M&A를 빙자한 그린메일 둘중의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올해가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되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상업자본 성격이 강한 홍콩계 자금이 홍콩을 떠나 제3의 귀착지를 찾는 과정에서 국내 유명 유통업인 미도파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들은 『현재 미도파, 대농 등에 투자된 자금외에 국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대기중인 홍콩계 자금이 수천억원대에 달하고 있다』며 『이들은 국내 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 주목, 회사설립자금에도 못미치는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해 국내 유통시장에 직접 진출할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는 국내법상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경영권 장악이 불가능해 보이나 홍콩계 자금의 지원을 받는 국내 기업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에서는 『최근 홍콩계 자금이 미도파를 필두로 한 국내 기업 주식을 집중 매입하는 것은 적대적 M&A를 위한 움직임이라기보다 단기 주가차익을 노린 그린메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홍콩계 자금의 국내 기업주식 매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폴 피비(37) 동방페레그린증권고문은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현 경영진보다 경영을 더 잘할 사람이 나타나면 주총장에서 그쪽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언급해 미도파 경영진을 은근히 압박하는 것이 그린메일을 노린 수법일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폴피비의 말은 여차직하면 제3의 세력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주가만 맞으면 주식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M&A에 대한 위험성을 부각시키면서 단기 주가차익을 노리는 그린메일러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 강창희 대우증권 상무는 이와 관련, 『홍콩계 자금은 우리시장에 유입되기에 앞서 지난 70년대말부터 80년대까지 일본 주식시장에 유입돼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집, 그린메일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며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그린메일을 시도하기에는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제한돼 있었으나 외국인주식투자 한도가 20%로 확대됨에 따라 이같은 시도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홍콩계 자금의 미도파 주식매입과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홍콩페레그린증권의 실질적 대주주인 리카싱이 홍콩의 중국반환 시점에 맞춰 홍콩페레그린증권의 지분을 동방페레그린증권의 합작 파트너인 신동방그룹에 넘기고 유통업에 진출한다는 루머다. 런던측 국제영업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 또 다른 소문은 한국의 증권시장 개방이 이루어짐에 따라 단독진출을 원하는 홍콩페레그린그룹이 동방페레그린증권의 지분을 철수하고 신동방측에 미도파 주식을 넘겨준다는 내용이다. ○…증권관계자들이 제시하는 다른 관측은 홍콩페레그린증권이 홍콩반환 문제때문에 본사를 서울로 옮길 가능성이 커 서울에서의 영업기반을 다지는 전략으로 미도파 주식을 집중 매입하지 않았느냐는 것. 페레그린그룹이 추진중인 구조조정은 「프로덕트 라인 매니지먼트」로 주식, 채권, 기업금융부문의 책임자가 전세계 그룹산하 회사들의 해당부서를 총괄하는 체제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콩, 한국, 인도, 필리핀 등지의 그룹 자회사들은 독립법인 형태를 유지하되 실제로는 하나로 통합되고 핵심 매니저들이 서울로 올 경우 페레그린의 본거지는 서울이 된다는 것. 결국 페레그린 그룹의 서울입성에 대비해 국내 주식중 미도파가 선택됐으며 동방페레그린측이 미도파 주식에 강한 집착을 하고 있는 것도 다각적인 영업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루머의 골자다. 그러나 동방페레그린증권의 이준상 사장은 동방페레그린을 둘러싼 이같은 루머에 대해 『그같은 루머는 전혀 들어본 바도 없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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