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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간)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 캐나다 등 선진 중앙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테러 사태로 촉발된 세계 경기침체와 금융 불안을 대규모 통화 방출로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본도 18일 개최되는 정책위원회에서 재할인율을 인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은 17일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필리핀도 조만간 금리인하에 동참할 것이 확실히다.
이처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금리 인하를 실시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18명의 정책 결정위원회 멤버로 구성된 정례 회의 이전에 컨퍼런스콜(전화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낮춘 것은 유럽연합 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그만큼 테러 대참사에 따른 세계 금융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각국 당국의 위기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세계 금리인하 공조, 군사작전 방불
간밤의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공조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됐다.
지난주의 동시 다발 테러 충격을 전혀 예기치 못했던 동시 다발 금리 인하라는 충격 요법으로 잠재우겠다는 의도였다.
먼저 미국이 17일 개장 한시간 전에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이때만해도 빔 뒤젠베르그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하는 유럽과 사전에 조율된 바 없다"며 금리 인하 공조를 부인했다.
하지만 캐나다 중앙은행이 뉴욕 시장 개장에 맞춰 금리를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도 수시간후 금리를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스웨덴 스위스 등 선진 중앙은행의 후속 금리인하가 뒤따랐다. 영국과 일본을 제외한 선방 선진 7개국(G7)이 하룻밤에 모두 금리를 단행한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일본도 조만간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세계 금리 공조 배경은
지난 90년대초부터 호황을 누려오던 미국경제는 지난주 테러 사태 전부터 IT경기 침체에다 실업률 증가, 소비자신뢰지수 감소 등 경기 불황 사인이 역력했었다.
4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런 터에 돌발 테러사태로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항공 보험사 등을 위시해 기업수익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미국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은 유럽 및 아시아 등 여타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 뻔 했다.
그 시험대는 17일 개장된 미국증시의 향배였다.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결국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은 금리인하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고무시키고 무제한 통화 방출을 통해 소비와 기업투자심리를 자극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며칠 전만해도 인플레 우려가 있다며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던 유럽중앙은행이 갑자기 저성장이 우려된다며 금리를 인하한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유럽중앙은행이 테러사태 이후 금융시장에 1,000억달러를 푼 것이나 일본 중앙은행이17일 달러화를 받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미국발 경기침체로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를 통해 소비와 투자심리를 자극해 내수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있다"고 말했다.
이병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