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맞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벤처기업인대회」가 24일 벤처기업 밀집지역인 일명 「테헤란 밸리」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거세게 불고있는 벤처열풍을 제도적으로 조정, 벤처기업이 한국경제에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그러나 벤처열풍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벤처투자펀드는 은행·종금 등 금융기관들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기존의 사업보다는 벤처투자에 더 혈안이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그러다보니 시중에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벤처투자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는 에인절 등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최근 폭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집결지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벤처투자펀드와 코스닥 시장은 지하자금을 햇빛속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경제에 상당한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력있는 벤처기업들은 별 부담없이 투자재원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더없이 좋은 환경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 기술력과 사업성이 우수한 벤처기업들은 서로 주식을 달라고 달려들려는 투자자들때문에 곤혹스러워할 정도다. 보통 주당 액면가보다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달하는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도 이들은 막무가낸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부에서는 시중자금이 지나치게 한방향, 즉 벤처기업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가치보다는 성장성을 바탕으로한 미래가치를 담보로 주로 이뤄지고 있는 벤처분야에 대한 투자는 시중자금 흐름의 왜곡현상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 분야는 분명 경제와 생활 패러다임을 변혁시키고 있는 엄청난 산업임에 분명하지만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춘 이쪽 분야에 투자자금이 너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현장에서의 빈곤감은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의미를 과소평가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이 그쪽으로 치우치다보니 일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자금부문 역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벤처산업에 과감하고 전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제 일반 제조업을 중심으로한 산업현장의 생산부문에도 넉넉한 자금이 주입되어야 한다. 생산분야가 튼튼하지 않고서는 인터넷 등 첨단산업이 제대로 구축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투자자금의 적절한 분배는 미래와 현재의 가치를 균형있게 보호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틀이며 이는 곧 한국경제의 위상과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이다. 기업의 중요한 젖줄인 자금이 산업 곳곳에 어느정도 균형있게 수혈되면 우리의 경제구조가 더욱 튼튼해질 것은 자명하다.
자명하다.MOON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