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산 부품 찾아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기업

30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대기업 초청 부품소재 수출상담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COEX 컨퍼런스룸. 국내 부품업체들과 구매상담을 벌이는 일본 바이어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한국업체들이 제시한 설계도면을 자세히 살펴보고 공급가격과 납품기일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 묻는다. 상담을 끝마친 일본 바이어들의 얼굴에선 만족스런 표정이 읽혀진다. 이날 아침부터 시작된 상담회는 점심도 거른 채 오후 늦게까지 계속 이어졌다. 한국산 부품의 일본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진사태로 일본 기업들이 부품 공급체계의 다변화에 나서면서 한국산 부품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엔고 현상의 장기화와 맞물려 가격 대비 품질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산 부품의 구매를 늘려 공급처 다변화는 물론 수익개선도 함께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일본 기업은 매출 9조엔대의 히타치제작소를 비롯해 도시바기계, 가야바공업(KYB), 후지코시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기계업체 4곳. 이들은 31일까지 이틀간 한국의 부품업체 60개사를 만나 구매상담을 벌이는 강행군을 소화한다. 국내에서는 자동차부품업체인 선일다이피스와 기계부품업체 대성하이텍 등 부품소재 분야에서 전문성과 기술력을 검증 받은 중소ㆍ중견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국내 업체들과 구매상담을 진행한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히타치제작소의 유지 하세가와 구매부 과장은 “한국 기업들과 상담을 진행한 결과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이나 납기일 준수 등에서도 전혀 문제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오늘 오전에 만나본 한국업체 3곳은 굉장히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도시바기계의 야스히로 사노 해외조달팀장도 “오전에만 8곳의 한국 기업들과 구매상담을 했는데 모두 좋은 성과가 있었다”며 “이 가운데 시스템로봇 부문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번 상담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 바이어들이 구매상담 후 직접 국내 부품업체들의 생산공장을 방문한다는 점이다. 과거 단순히 구매상담에만 그쳤던 것과 달리 바이어들이 직접 해당 기업의 생산현장을 확인하는 만큼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무역협회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산 부품 4개 품목을 거래했던 도시바기계는 이번 상담회를 통해 구매 품목 수를 30여개로 늘릴 방침이다. 야스히로 사노 도시바기계 팀장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부품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이라며 “일본 내 공급물량이나 중국 물량을 줄이는 대신 현재 약 2억엔 가량의 한국산 부품 구매규모를 앞으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히타치도 이번 상담회를 계기로 한국산 부품의 구매를 늘릴 계획이다. 유지 하세가와 히타치 과장은 “현재 전체 부품구매에서 40%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시장 비중을 향후 50%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늘어나는 시장은 아시아 지역이 중심이 될 것이고 그 중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일본기업들의 해외부품 조달 확대 움직임을 일본기업들의 생산공백을 메우는데 그칠게 아니라 한국제품의 대일 수출확대의 물고를 트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에 맞춰 국내기업들도 평상시 일본제품과 경쟁하더라도 밀리지 않는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 애프터서비스(A/S)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 1~3월 우리나라의 대일 부품소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39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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