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에서 보험ㆍ해외여행까지…. 홈쇼핑에서는 '과연 팔지 않는 것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일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판매의 어려움과 당국의 규제 및 권고를 이유로 홈쇼핑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예가 콘돔이다. 법적 규제 때문이 아니다. 지난 2005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며 콘돔 등 피임기구와 부부용품 등의 홈쇼핑 판매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인 2006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은 국내 홈쇼핑 방송 최초로 '유니더스' 콘돔세트 판매를 시도했지만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첫회 방송에서 1,500만원의 저조한 매출을 기록했다. 선정성 우려 때문에 판매에 필수적인 세세한 제품설명이나 사용법 묘사 등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까지 겹쳐 이후 이 회사는 콘돔 방송을 2회 더 내보낸 후 종료했다. 이후 롯데홈쇼핑을 비롯한 다른 업체들까지 현재까지 콘돔 판매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국산 승용차 판매도 자제하고 있다. 현재 CJ오쇼핑 등 일부 업체가 월 1~2회 정도 수입차를 대상으로 제품의 장단점을 소개하고 해당 대리점의 딜러를 연결해주는 '소개방송'을 진행할 뿐 국산차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2007년 GS샵과 현대홈쇼핑이 각각 GM대우의 '젠트라'와 현대자동차의 '베르나' 방송을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CJ오쇼핑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손해보험을 판매하는 업체에 국내 신차를 판매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자동차를 구입할 때 보험상품 가입도 함께 이뤄지는 관행을 고려할 때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손해보험에 대한 간접광고 우려가 원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 국산차의 경우 이미 같은 계열사의 오프라인 판매망이 탄탄한 만큼 기존 영업소와 불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애견 등 애완동물도 '팔 수는 있지만 팔지 않는' 대표상품이다. 농수산홈쇼핑의 한 관계자는 "살아 있는 동물이다 보니 공산품처럼 규격화가 힘들다는 게 애완동물 판매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방송만 보고 주문했다가 털 색깔과 크기 등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날 경우 고객들이 제기할 불만으로 생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이에 따라 2002년 초반 농수산홈쇼핑이 진돗개를 판매하고 일부 업체가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애완동물을 취급한 적이 있지만 이후 현재까지 홈쇼핑에서 애완동물을 찾기는 어렵다. 이밖에 조제분유와 조제우유ㆍ젖병ㆍ젖꼭지는 방송통신심의위윈회 규정에 따라 방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가적으로 모유수유를 권장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주류도 '주류의 통신판매 관행 명령 위임고시'에 따라 홈쇼핑 판매가 금지돼 있다. 다만 4월 국세청이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내놓고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류판매를 허용한 만큼 앞으로 홈쇼핑에서도 관련규제가 풀릴지에 대해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