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폐업이라니..." 분노·격앙의료계 11일 단행에 시민들 우려
장관이 대화나섰는데 강경투쟁 이해안가
생명담보 집단행동 도덕적 용서 못 받을 것
『이제 의사들만 봐도 치가 떨립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화에 나서자고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2차 집단폐업이라니 말이나 되는 것입니까.
대통령께서 이번주까지 의약분업파동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하니까 어디 힘으로 한번 해보자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의사들은 가운을 입은 초발심(初發心)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학교수와 전국 동네 병·의원들이 오는 11일부터 또다시 집단폐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분노와 비난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6월 의료계 집단폐업으로 큰 불편과 생명의 위협마저 느꼈던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2차 폐업은 절대 안된다』며 만약 의료계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 2차 폐업을 강행한다면 이번엔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날 회의를 열고 의료계의 2차 폐업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윤경 경실련 간사는 『지금까지 의료계와 정부의 중재자라는 입장으로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행동을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의료계가 6월 집단폐업으로 낱알판매금지 등 전리품을 획득하고도 또다른 이유로 2차 폐업을 강행한다면 경실련도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원 황재욱(38·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의사들의 폐업은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이므로 지하철 파업과는 비교가 안되며 도덕적으로도 용납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환자들이 죽어가는 터에 또 집단폐업에 들어간다면 이 사회에서 추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들은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온 핵심사항들을 대부분 수용한 약사법이 이미 국회에서 통과되고 의약분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마당에 의사협회가 그같은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나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정병기(41)씨는 『의약분업 실시 이후 대체조제 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현 제도의 문제점이 노출돼 의사들의 주장을 이해하게 됐지만 여전히 환자들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김진아(28·여)씨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께서 피검사를 하고 처방전을 타야 하는데 교수들이 외래진료까지 철수하면 진료조차 못받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8/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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