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을 괴롭힐 만큼 괴롭혔다고 생각하고 시에허가 흑43으로 상변을 단속했던 것인데 사실은 이 흑43이 다소 완착성이었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에 한번 더 밀어올리는 것이 좋았다. 백은 2로 뻗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흑3으로 두었어야 했다. 그곳을 시에허가 아꼈기 때문에 이세돌은 실전보의 백44와 백50을 두어 최악의 사태만은 면하게 되었다.
"하긴 백50으로 단수친 자세가 좋아서 백도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군."(필자)
"나쁘기는 나빠요. 최악의 사태만 면했을 뿐이지요."(윤현석)
흑53은 우하귀 일대를 통째로 흑진을 만들겠다는 착점이다. 상식적인 착상이라면 하변을 어떤 식으로든 벌리는 것인데 시에허는 훨씬 입체적인 구상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백은 무조건 우변의 흑모양을 지우러 가야 한다.
"바깥쪽에서 삭감하느냐 아니면 아예 특공대를 깊숙이 투입하느냐 그게 문제로군요."(김영삼8단)
김영삼은 이날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다. 그는 A정도로 삭감하는 것이 제일감이지만 그것으로는 백이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세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백54로 뛰어들었다.
"잡히지는 않겠지?"(필자)
"안 잡히지요. 하지만 살고 나도 백의 고전일 겁니다."(김영삼)
백의 주문은 참고도2의 흑1에 받아달라는 것이다. 그것이면 백2 이하 6으로 얼른 모양을 정비할 예정이다.
"흑이 그렇게는 안 두어줄 겁니다."(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