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다시 시작되는 금융빅뱅] <하> 진용 갖춘 금융지주사 향후 전략은

비은행 부문 M&A로 수익 다변화 나선다


KB금융 증권사 인수 시급 판단… 매물로 나올 KDB대우증권 노려

신한지주도 국내외 M&A 눈독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로 경영 효율성 높이기에도 분주


신한·KB·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금융그룹의 진용이 갖춰지면서 그룹 간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성장·저금리로 산업의 성장은 정체됐고 인터넷은행 출현, 계좌이동제 실시 등 경쟁 환경은 치열해짐에 따라 내부 정비를 마무리한 금융그룹 간 각축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개선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금융지주사의 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금융지주가 쉴새 없이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인수를 타진하거나 기존 자회사에 대한 집중 자원 배치 등을 모색하는 이유다.

KB손해보험 인수로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을 30%대로 높인 KB금융지주는 다시 하반기 매물로 나올 KDB대우증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 향후 증권 및 자산운용 부문의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대형 증권사 인수가 시급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KB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KB손보를 인수했다 하더라도 비은행 사업 강화와 비이자수익을 늘릴 돌파구는 여전히 필요하다"며 "비은행 부문을 추가로 강화할 수 있는 매물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최근 외환은행 합병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더 시급하다. 1·4분기 기준으로 보면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분 수익 비중은 13.4%에 불과하다. 구색조차 제대로 못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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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해결해야 하지만 '포스트 통합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자금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을 하기는 힘들더라도 은행 합병으로 거둔 이익을 비은행 부분 성장을 위해 어떻게 쓰느냐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나금융은 조직 안정이 선결 과제지만 통합으로 절감한 비용을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느냐가 외환은행 인수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익 다변화의 정석이라고 꼽히는 신한금융도 항상 M&A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영역별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국내외 M&A를 항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외에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경영 효율성을 어떻게 높이느냐도 향후 생존을 판가름할 변수다. 지주사가 자회사의 역량을 단순 결합해 1+1+1=3의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4 이상이 되지 않으면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제를 과감히 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지난 6월 말 내놓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업무위탁이나 겸직과 관련한 칸막이 규제를 대폭 완화한 대목이다. 또 복합점포 허용 정책도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의 판매 채널을 효율화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줬다.

신희상 보스턴컨설팅그룹(BCG) 금융담당 이사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은행들은 판매 채널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며 "국내 은행도 은행·증권·보험 등 자회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빅5' 중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우리은행이다. 민영화를 위해 지난해 자회사들은 뿔뿔이 매각하면서 은행업에만 의존해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삼성증권 등 타 금융회사와 제휴를 맺고 경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신 이사는 "금융산업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금융빅뱅'이 언젠가는 또 일어날 것"이라며 "금융그룹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효율적인 영업전략을 통해 탄탄한 기초체력을 쌓아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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