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부 이종석기자「우애가 돈독한 삼형제가 있었다. 유년시절 장난감을 먼저 차지하겠다고 티격태격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서로를 위해주는 형제애는 남달랐다. 그러나 형제들이 장성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결혼을 전후해 각자 분가를 이루면서 돈독했던 형제애는 간곳없이 사라졌고, 급기야 아버지가 남겨 놓은 유산을 둘러싸고 서로 이전투구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추태로까지 이어졌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재벌가의 상속얘기가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재경부 금감위 기획위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양상이 꼭 이렇다는 말이다.
이들 3개 부처는 불과 몇년전만 해도 한솥밥을 같이 먹던 한집안 형제들이었다. 재경원 시절 각 국실 업무를 나누어 맡으면서 끈끈한 동지애를 나누던 앞뒷방 동료들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현재의 3각 체제로 분리되면서 형제들은 「내것 챙기기」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직은 분리하되 가급적 더 많은 권한과 기능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이기주의가 형제들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번 2차 조직개편에서도 이같은 이기주의는 절정을 이루고 있다. 위 아래를 가릴 것없이 「무조건 내것」이라는 주장만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경제정책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예산과 금융정책 기능을 놓고서는 서로 자기가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른 형제들을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이같은 행동이 정작 국민들에게는 추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정책기능이 어디로 이관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어느 부처로 넘어가느냐 하는 것보다는 진정 국민을 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 부처가 나라의 공복임을 자처한다면 권한다툼에 앞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곰곰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무엇때문에 조직개편을 하는지, 과연 어느 부처로 정책을 이관하는 것이 진짜 효율성면에서 타당한 것인지 솔직하게 검증해야 한다.
형제간 유산다툼은 일단 접어두자. 그래야 가문이 살고 집안이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