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지도부가 법인세를 포함한 증세 카드를 공식화한 가운데 권태신(사진) 한국경제연구원장이 "법인세보다 연구개발(R&D)과 지방재정, 국방 분야 조정이 먼저"라고 밝혔다.
권 원장은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금 부담과 관련해 기업과 가계의 단순비교가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법인세를 손대기 전에 예산낭비가 심한 분야의 지출부터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옛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2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거시경제와 예산 전문가다.
권 원장은 "법인세를 올리면 외국인과 기업투자가 줄어서 기업의 수익이 줄고 이는 세원감소로 이어진다"면서 "법인세를 올리면 오히려 세수가 감소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산낭비가 심한 분야를 먼저 조정하고 그래도 세수가 부족하면 그때 가서 어떤 것을 올릴지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미국이나 일본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자국 기업의 '유턴'과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기업 하기 어려운데 (법인세 인상은) 있는 기업도 해외로 나가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소득세 세수는 47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4% 늘었지만 법인세는 43조9,000억원으로 1.3% 줄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권 원장은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약 40%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부담한다"며 "법인에서 나오는 세금과 소득세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로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권 원장은 "당시 자료를 보면 세율은 내렸지만 세수가 늘어났다"며 "결과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원장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부담 중복지'론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 분야에서 제일 먼저 고쳐야 되는 게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처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라며 "하위 30% 같은 식으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로 지원을 제한하는 집중적 복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