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당국 포퓰리즘에 휘둘려 시장가격·인사조직까지 간섭

[너무 나간 관치금융]<br>건전성 높이라면서 대출금리·수수료 인하 동시요구<br>"금융당국 리스크가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

금융회사들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이 탐욕을 막는 차원을 넘어 '관치의 무대'를 넓히는 수 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 금융감독 원 빌딩에 놓인 '일단 정지' 푯 말이 금융회사들과 당국 사이에 막힌 소통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서울경제DB


지난 1997년 외환위기는 은행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준 계기였다. 은행이 무너지자 거래 업체와 개인들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같은 분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퍼지게 했다.

은행은 국가경제의 기반이다. 은행업이 면허사업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제약이 따른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환란 때 세금으로 살아났고, 글로벌 위기 때는 정부의 외화지급 보증을 받았다. 금융시스템의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은 만큼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국의 최근 행보는 "거칠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정책방향은 옳지만 이를 수행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지분이 높은 특성은 감안하지 않고 배당ㆍ수수료 등의 구체적인 수준을 담은 '가격 정책'을 통제하고 사회공헌까지 직접 챙기는 등 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속타는 금융사들=해외도 금융 당국이 배당보다는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유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KBㆍ신한ㆍ하나 등 주요 지주사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50~60%대에 이른다. 당국 수장이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직접 나서거나 언론을 통해 배당을 억제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해 이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게 지주사들의 항변이다. 지주사의 고위관계자는 "창구지도 등을 해도 될 것을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금융 당국 리스크가 주가 저평가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까지 챙기는 것도 불만이다. 상생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권도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은행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는데 일률적으로 전담부서와 임원을 만들라고 해서다. 지주사의 관계자는 "사회공헌 중요성은 당국 요구가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지주사나 은행별로 조직운영 틀이 다르고 인력상황도 차이가 나는데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과잉"이라고 꼬집었다.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당국…앞뒤 안 맞는 정책 지시=당국이 건전성과 수익, 공익성과 여신건전성을 모두 챙기라고 하는 것도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당국이 지나치게 금융사 영역에 개입하려고 하다 보니 양립이 쉽지 않은 목표를 한번에 제시한다. 지주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 당국자들을 만나면 아직 우리 금융사들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낮다며 더 높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대출금리 및 수수료 인하 등도 동시에 요구한다"고 전했다.


수수료와 대출금리를 모두 낮추라는 요구도 은행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탐욕을 억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명분으로 인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은행의 주수입원인 수수료와 예대마진을 동시에, 그것도 사실상 규정화된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여론에 당국이 휘둘리고 포퓰리즘에 춤을 추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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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문제도 그렇다. 최근 당국은 성동조선과 관련해 은행들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국민은행은 추가 지원을 거부했고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일각에서 난색을 표했다. 당국 입장은 기업체를 살리기 위해 무리가 될 수 있어도 정무적 판단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검사시에는 정무적인 판단으로 지원했다가 문제가 생긴 것은 당국이 모두 징계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련된 관치'가 필요하다=배당 자제나 자본확충 등 시장개입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다만 정책을 집행하더라도 합리성을 높이고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강화로 은행 투자에 따른 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당국이 선을 넘어서는 과도한 개입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지주사의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위기로 당국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관치금융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촌평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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