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에너지 신 냉전시대] OPEC내서도 치열한 파워게임… 이라크 지고 이란 뜨고

핵협상 타결 속도내는 이란, 서방 제재완화땐 원유 증산

내전 교착상태 빠진 이라크, 생산 차질… 2위 위상 위협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하고 있는 가운데 OPEC 내부에서도 치열한 '파워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OPEC 내 석유생산 2위 국가였던 이라크가 내전을 겪으며 석유 생산에 차질을 빚는 동안 이란은 서방 국가와 핵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이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핵협상이 타결돼 이란의 에너지 시장 재진입이 확정될 경우 OPEC 회원국이 산유량 쿼터 등을 둘러싸고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석유 증산 '초읽기'=이란은 전세계 확인 매장량의 10%에 육박하는 막대한 석유를 보유하고도 핵개발에 따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로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40%에 이르고 실업률이 15%까지 치솟는 등 만성적 경제 위기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국제사회에 우호적인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같은 해 11월 제네바에서 농도 5% 이상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의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행동계획'에 이란과 주요6개국(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사인하면서 숨통을 틔웠고 이르면 오는 11월 최종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보수 진영에서는 "이대로 핵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경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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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핵협상이 마무리되면 곧장 원유 증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비잔 장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제재가 완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원유를 매일 400만배럴씩 생산하겠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공언했다. 이는 현재 OPEC 회원국의 일일 생산량인 약 3,000만배럴의 7분의1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그는 "현 유가 수준을 유지하려면 다른 회원국이 생산량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현재 OPEC 내에서 리더 역할을 자임하는 사우디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같은 시아파 정부가 이끄는 이란과 이라크의 사이가 가까워지며 사우디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라크 공급 위축 불가피=이라크 내전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OPEC 내 서열 2위였던 이라크의 위상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슬람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장악한 북부지역에서는 "현 정부보다 ISIL이 더 낫다는 주민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더구나 ISIL은 친미 성향이 강한 사우디 계열 수니파여서 미국이 이란계 시아파인 이라크 중앙정부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내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라크의 인구 구성을 보면 시아파가 60%, 아랍계 수니파가 20%로 시아파가 훨씬 많은데도 수니파인 후세인이 20년 이상 이라크를 통치하면서 시아파 차별 정책을 펼쳐 반감이 큰 상태다.

이에 따라 이라크 내전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량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원유 생산량의 75%가량을 차지하는 남부 지역은 아직 중앙정부 관할에 놓여 있으나 상시적인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올해 1~4월 기준 우리나라의 이라크산(産) 원유 수입액은 24억6,700만달러로 사우디(110억6,100만달러), 쿠웨이트(47억4,800만달러), 아랍에미리트(33억9,100만달러), 카타르(28억9,800만달러) 등에 이어 5위 국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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