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2008년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신용정보업체가 겸업할 수 있는 업무를 승인사항에서 신고사항으로 완화하고 공공기관으로부터 제공 받을 수 있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늘려줬다. 법령에 근거가 있으니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들은 신용조회업체에 모이게 된다. 반면 국세청과 안전행정부는 헌법기관인 국회가 의결을 통해 관련 정보를 요구해도 비밀 유지를 이유로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국회가 영리신용조회업체만도 못한 셈이다.
신용조회업체에 모인 이런 정보들은 금융회사의 개인신용평가나 대출 등에 활용돼 고객들은 담보 없이 대출을 받거나 현금 없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마당이어서 개인정보가 흐르고 가공·활용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을 공공기관의 정보제공 자체를 규제하는 쪽으로 할지, 공공기관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신용조회업체가 돈벌이에 활용하지 못하게 방화벽을 치는 쪽으로 할지는 폭넓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영리기업에까지 흘러가는 정보가 세금·건강보험료를 거두거나 복지수혜자를 선정하는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흘러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세금과 전기·수도요금 체납정보 등을 활용하면 엉뚱한 복지수혜자에게 새나가는 혈세를 줄일 수 있다. 악의적인 체납자를 줄여 선량한 국민들의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지난해 국세가 당초 예상보다 8조원 이상 덜 걷히고 향후 세수전망도 불투명하다.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목적의 활용 간에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제정·개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