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저성장 극복의 지렛대 FTA


지난주 나온 우리 경제의 앞날을 진단한 두 개의 상반된 보고서가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오는 203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5만6,000달러에 달해 일본을 제치게 되고 2050년에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보고서다. ADB는 중진국의 함정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난 모범국가로 우리나라를 꼽으며 이같이 전망했다. 다른 하나는 우리 경제가 성장정체의 늪에 빠졌다는 드와이트 퍼킨스 미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분석이다. 퍼킨스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개원 40돌 세미나에서 "한국은 후발국가의 일반적인 '선진국 따라잡기'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앞으로 4~5%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3%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ADB 보고서보다는 퍼킨스 교수의 지적이 더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처한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5만달러는 고사하고 3만달러를 언제 달성할 수 있을 지 짐작하기 조차 어렵다. 우리는 지난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벽을 넘은 후 2만달러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은 더욱 불안하다. 3ㆍ4분기 GDP 성장률은 3.4%로 2분기 연속 3%대에 그쳤다. 물가불안을 자극하지 않고 우리 경제가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 4%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른 지표들도 모두 주저앉고 있다. 10월 수출입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내고 있지만 자본재수입 감소 등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추세는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보국정책에 힘입어 1970~1980년대 7~9%를 기록했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락해 최근에는 4%대도 불안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저출산ㆍ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기업투자가 예전만 못해 3%대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2015년이 지나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으로 인한 성장동력 고갈은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는 터에 성장 자체가 흔들리게 되면 얼마나 큰 충격이 올지는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10ㆍ26 재보궐 선거'에서 20~40세대들이 정치신인인 박원순 후보를 시장으로 선택한 것도 그 뿌리는 결국 성장동력 저하와 맞닿아 있다. 성장동력을 확충하려면 정부 재정투입을 확대하고 기업들도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재정투입은 국가부채 증가 및 재정건전성 등의 이유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투자도 새로운 성장유인이 없는 현실에서 재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 눈을 밖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FTA로 성장동력 키워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경제영토를 계속 넓혀가야 한다. 한미FTA도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FTA 효과를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GDP가 5.66% 증가하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에서 3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FTA 반대파들은 수출 대기업들 배만 불리고 농수축산업과 중소기업들은 다 죽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사 모든 게 다 그렇듯 한미FTA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한ㆍ칠레 FTA 협정 당시 우리나라 과수농가가 모두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경쟁력은 보호막을 친다고 해서 커지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커진 것도 개방을 통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FTA를 저성장 극복과 선진국 진입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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