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25전쟁의 실체 생각해 보는 무대 만들어"

차범석 5주기 연극 '산불' 연출 임영웅


"6.25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탄생한 희곡이 바로 '산불'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전쟁의 참혹함이나 시대의 고통을 잘 알지 못하겠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전쟁의 실체와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바랍니다." 한국 연극 연출의 대부 임영웅(77ㆍ사진) 연출가(극단 산울림 대표)는 고(故) 차범석 5주기 기념 특별 공연 '산불'을 무대에 올리는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대가로 평가받는 극작가 겸 연출가 차범석(1924~2006). 지난 2006년 6월 6일 타계한 이후 만 5년 만인 지난 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산불은 거대한 무대, 국내 최고 배우들의 대거 참여, 사실주의 연출의 대가인 임영웅의 참여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6.25 전쟁으로 사내다운 사내는 다 잡혀간 산골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다. 탈영한 빨치산 규복(조민기)을 점례(서은경)가 대밭에 숨겨주고 사월이(장영남)가 그를 공유하려 들면서 이야기는 애욕의 비극을 향해 타오른다. 이번 대극장 무대에서는 소백산맥 자락의 산골 마을과 울창한 숲, 거대한 산불 장면 등이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임 연출가는 "최근 한국 연극 가운데 대극장 공연이 성사돼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다"며 "훈련을 제대로 받는 배우나 스태프가 부족하고 제작비에 대한 고려 때문에 연극이 왜소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 연극이 살기 위해선 대극장 연극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 연출과 고 차범석 선생의 인연은 40여년 전으로 올라간다. "차 선생님과는 나이 차이가 10년이 나는데다 연극계 대선배로 멀리서 존경했던 분이었어요. 직접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1970년 연극협회 이사장 선거 때입니다. 일부 이사진들이 문제가 있는 인사를 추천하려고 실력행사를 했고 차 선생님과 힘을 모아 그것을 막았지요. 그 사건 이후 차 선생님이 나란 존재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당시 인연으로 1962년 이진순 연출로 초연됐던 '산불'이 1970년 명동국립극장에서 재공연됐을 때 차범석 작가는 이진순 연출이 아닌 젊은 연출가 임영웅을 지목했다. 또 2005년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35년 만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할 때와 2007년 차범석 추모 1주기를 기념할 때도 '산불'은 임영웅 연출의 손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 그리고 이번에 생애 다섯 번째 '산불'의 연출을 맡은 것이다. "산불이란 작품을 연출하면 할수록 정말 잘 쓰여진 작품이란 감탄을 금할 수 없어요. 비극이라고 눈물만 쏟는 게 아니라 웃음이 공존하는 가운데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진정한 비극인 거지요. 그런 면에서 '산불'은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대표작이자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 있어요." 1,500석 대극장에서 공연할 만큼 규모가 큰 연극이 2000년대 들어 거의 없었던 만큼 '산불'이 차범석 추모 공연이라는 대외적 의미 외에 상업적 성공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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