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목사회(遊牧社會)가 열리고 있다. 소·양·말 같은 가축을 몰고 물과 풀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던 고대 유목민의 생활은 자동차를 몰고 물과 풀이 있는 곳을 찾아 즐기는 현대의 관광 생활로 바뀌었다.
고대 유목민에게 생존의 조건이던 물과 풀은 도심의 사막에 갇힌 현대 유목민에게는 「여가」의 조건이 됐다. 일상의 찌든 노동에서 벗어나 생활의 행복을 「여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등장한 것이 「관광권」(觀光權)이다. 관광은 돈많은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본 권리가 된 것이다. 일조권(日照權)이 「태양에 대한 권리」라면 관광권은 「자연에 대한 권리」다.
「대중 여가」(Mass Leisure)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90년대 들어 여가 시간이 크게 늘어났지만 대중을 위한 여가의 공간과 대상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한양대 관광학과 최승담(崔承淡) 교수는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대중은 여가의 공간과 대상을 찾지 못해 술과 TV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새로운 여가 문화는 관광에 대한 투자로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관광시설은 「대중 여가」의 시대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이 됐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은 단일 산업으로 가장 크고, 최대의 고용 효과를 보이며,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양대 관광학과 손대현(孫大鉉) 교수는 21세기에 「3流」「3通」 또는 「3T」 산업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류(人流·通行·Tourism), 물류(物流·通商·Transportation)·신류(信流·通信·Telecommunication)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정책은 주로 물류(物流)와 신류(信流)에 매달렸다. 인류(人流)에 대한 정책은 양적인 측면에서 통행(通行)을 분배하고 소통시킬 뿐 통행(通行)의 질적인 측면, 곧 관광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 25회 관광진흥촉진대회에서 신낙균(申樂均) 문화관광부 장관을 통해 「2001년 한국 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2000년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2002년 월드컵 등 대형 국제행사와 인천(영종도) 신공항 개항에 맞춰 21세기가 열리는 2001년에 외국 관광객 500만명을 유치하고 관광외화 수입을 70억달러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21세기를 먼저 맞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날짜변경선을 기준으로 보면 러시아의 극동 지역이 가장 빠르지만 이 지역은 추워 관광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보다 뉴질랜드와 피지가 3시간, 호주·괌·사이판이 1시간 더 일찍 21세기를 맞게 된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표준시간대를 동경 135도에 둔 한국과 일본이 21세기 아침을 먼저 맞는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가 아니라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ome)로 세계의 유목민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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