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일달러로 민심 달래자" 사우디, 360억弗 푼다

[혼돈의 리비아]<br>주택구입·창업 지원 등<br>대규모 민생지원책 내놔<br>바레인은 정치사범 석방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의 반정부 시위 돌풍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360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을 풀며 자국 내 반정부 시위 확산 방지에 나섰다.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의 20%를 생산하는 사우디가 동쪽에 인접한 바레인의 대규모 시위가 자국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오일 달러를 푼 것.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모로코에서 3개월간 요양하다 귀국한 23일(현지시간) 국가 개발기금의 규모를 두 배로 늘려 국민들의 주택구입, 창업ㆍ교육 등을 지원하는 민생지원안을 긴급 발표했다. 민생지원자금은 무이자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 탕감, 실업급여 및 결혼자금 제공 등에 쓰일 예정이다. 그동안 사우디는 18년을 기다려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열악한 대출자금 총액과 45만명의 실업자 등 각종 민생 문제들을 떠안고 있었다. 특히 압둘아지즈 국왕은 국가공무원 임금도 현 수준에서 15% 인상하도록 지시,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공무원들의 불만을 달래기로 했다. 오는 2014년까지 4,000억달러를 투입해 교육ㆍ기반시설ㆍ의료 등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번 조치는 중동 혁명의 불씨가 리비아에 이어 사우디로 옮겨붙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진 가운데 정국 안정을 위한 긴급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종합선물세트식 민심 수습책과 달리 지방선거제 도입과 여권 신장 등 정치ㆍ사회 개혁 조치는 일절언급하지 않아 정국 불안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바레인은 이날 시아파 정치사범을 석방하는 등 유화책을 내놓았다.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바레인 국왕은 이날 사우디 국왕과 시위 확산에 대한 대책회의 이후 왕정체제 전복을 기도한 혐의로 수감 중인 시아파 정치사범 23명을 포함해 모두 308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바레인 국왕은 이날 해외 망명 중인 하산 무샤이마와 자유이슬람운동(FIM) 사무총장인 알 시하비 등 야권 지도자 두 명도 사면했다. 그러나 시아파 최대정당인 이슬람국가협의회(INAA) 등 바레인 야권은 정치사범 석방 조치를 일단 환영하면서도 현 정부 내각이 사퇴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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