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속터지는 ARS전화

안내지시 따라해도 '불통' 일부 요금만 날려"메뉴를 다 듣고 원하시는 번호를 누르세요. 상위메뉴를 원하시면 면 *표를, 다시 처음 메뉴로 돌아가시려면 #자를 누르세요. .다시 .를 원하시면 ." 전화를 이용한 자동응답시스템(ARSㆍ Automatic Response System))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용자들이 민원, 불편사항 등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인건비를 줄이고 이용자 편의 차원에서 제공하기 시작한 ARS가 최근에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ARS를 설치한 기업 등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시따라 누르다보면 제자리= K(25)씨는 얼마 전 한 카드회사에서 실시하는 사은행사에 참여해 선물을 ARS로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K씨는 "지금은 통화 중입니다. 다시 걸어 주십시요" 라는 메시지 뒤에 전화가 끊기기를 수십 번하자 결국은 상품신청을 포기했다. 사업을 하는 L(31)씨도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통장 잔액조회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ARS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며 그러나 "분명히 안내 지시를 따라 했는데도 마지막에는 '지금은 사정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이 안된다' 고해 전화요금만 날린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ARS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불편하고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차갑게 반복되는 기계음이 불분명하지 않아 담당직원과 연결도 쉽지 않은데다, 이리저리 이어지는 안내음성을 듣다 보면 쓸데 없는 전화요금 또한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더구나 노인이나 아이들의 경우는 안내 서비스 내용을 제대로 이해 하기 힘들어 전화 걸기를 포기하는 경우 마저 생기고 있다. 이런 문제 등을 이유로 얼마 전 동작구는 민원인들의 불편 호소로 10여년 만에 민원안내 ARS시스템을 퇴출시켰다. ◇장점많아 이미 대중화=원래 ARS는 지난 90년 초 일부 회사에서 자동응답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 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700 서비스를 이용한 증권정보, 구인구직, 노래방 등 각종 정보와 방송사 생방송과 연계해 기금ㆍ후원금등을 모으는 데 까지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또 비용절감 등을 위해 전국 공공기관 중 5%가량이 ARS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ARS설치에 따른 수혜자는 결국은 이용자가 아닌 설치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설치업체의 편의주의가 문제=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서비스 해야 하는 경우 인력절감을 위해 ARS를 설치하고 이 인력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며 "그러나 전화를 거는 사람이 원하는 곳을 연결하기 위해 지나치게 기다리거나 상세한 답변을 얻기 어렵다는 단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ARS를 기업에 공급하고 있는 A사의 관계자는 "기업마다 원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로직(Logicㆍ논리구조)과 알고리즘(Algorithmㆍ순환구조)을 고려한 내용으로 설치해 준다" 며 "계열사나 관계부서가 많은 대기업 일수록 더욱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스템이 문제 라기 보다는 기업이나 업체 등 설치자의 자사 편의주의적 발상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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