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기원 인공지능 연구센터(우수연구센터를 찾아서)

◎「인간다운 로봇」 개발 “구슬땀”/한국형로봇 「카이르」 95년 국제대회 우승/그래도 일엔 못미쳐 연구로 지새우는 밤한국과학기술원 인공지능연구센터의 양현승교수는 로봇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다. 양교수가 아끼는 제자의 이름은 「카이르」(CAIR­2)다. 올해 나이 다섯살. 1m의 키에 65㎏으로 뚱뚱한 비만형이다. 손발없이 4개의 바퀴로만 움직인다. 카이르는 신기하게도 사람의 말을 알아 듣는다. 이리 오라고 하면 오고, 저리 가라면 간다. 자기 앞에 놓은 장애물을 보면 돌아갈 만큼 똑똑하다. 두 눈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각각 추적할 수 있다. 사람이 길을 막으면 앙증맞게 『비켜주세요』라고 요구한다. 자체 학습기능을 갖고 있어 한번 익힌 표지판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양교수가 지난 5년동안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친 결과다. 카이르는 지난 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 당시 어린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이어 카이르는 9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 4회 국제 이동로봇 경연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카이르는 그 대회에 처음 참가한 한국 로봇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처음에는 관심을 안 가졌는데 예선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자 깜짝 놀랐습니다』 카이르가 참가한 「배달」종목은 마이크를 통해 지시받은 목적지를 가장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찾아가는 것이다. 이 종목에 참가한 대부분의 로봇은 자신이 있는 방도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잘못된 명령을 듣고 막힌 벽 앞에서 맴돌기만 했다. 카이르는 한번도 벽에 충돌하지 않고, 잘못된 명령에 속지도 않고, 정확하게 목적지를 찾아가 심사위원들을 감탄시켰다. 이 대회 이후 카이르는 조금 게을러졌다. 2년이 지났지만 새롭게 배운 것은 별로 없었다.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외국에 비해 열악한 국내 사정이 답답합니다. 일반인들의 높은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에 대해 회의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신기능 개발보다는 학문연구에 치중했습니다』는 양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양교수는 지난 9월 열린 국제 로봇심포지엄에 참석해 눈이 번쩍 뜨였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혼다사가 올해초 발표한 「P1」 로봇의 비디오를 보여 주었습니다. 정말 아찔했습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지금 수준을 획기적으로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총만 쥐어주면 영화의 「로보캅」과 똑같을 정도입니다』 귀국 후 양교수는 만나는 사람마다 「P1」에 대해 이야기했다. 못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로봇의 세계가 멀지 않았다고 공감했다. 양교수는 연구에 다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인간과 로봇의 의사소통을 좀더 인간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카이르에게 손짓발짓을 이해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로봇에게 손을 흔들면 다가오고, 손으로 가리킨 목적지를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동작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거의 끝났고 앞으로 이 소프트웨어를 카이르의 눈(카메라)에 맞추는 것이 양교수의 일이다. 『로봇하면 아직도 사람들은 기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로봇 개발에는 컴퓨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더 중요합니다. 인공지능 학자들이 이미 개발해 놓은 것을 기계공학자들이 지금부터 개발한다고 야단입니다. 서로 정보와 기술을 주고 받으면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고 「인간다운 로봇」도 더 빨리 만들 수 있습니다』<대전=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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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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