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르노·닛산의 팀플레이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송현칼럼] 르노·닛산의 팀플레이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프랑스의 르노자동차가 지난 99년 54억달러를 투자, 일본의 닛산자동차를 인수했다. 그때 국제금융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르노의 장래를 회의적으로 보고 심지어 부도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투자를 결정한 루이스 슈바이처 르노 회장은 아주 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로서는 르노가 유럽에서 최고 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지만 미래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세계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로 끌어올려야 했다. 당시 두 회사의 사정을 평가하자면 단기적으로는 닛산이 르노를 필요로 했고 장기적으로는 르노가 닛산을 필요로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르노의 투자는 상당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리더였던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으로 이뤄진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실패한 선례를 제시했다면 르노ㆍ닛산의 합병은 잘못된 선례를 거울삼아 효율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합병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케이스다. 르노와 닛산을 합칠 경우 지난해에 세계시장 점유율이 9.3%에 이르며 연간 540만대를 판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 미국 포드에 이어 세계 4위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의 기반은 르노와 닛산 양측의 긴밀한 협조체제, 특히 르노의 슈바이처 회장과 닛산의 카를로스 고슨 회장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협조에서 형성됐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두 사람의 태생과 직장 경력은 쉽게 호흡이 맞기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슈바이처는 프랑스 태생의 기업인이고 고슨은 브라질에서 태어난 레바논 사람으로 미슐랭 등 타이어 회사에 근무하다 뒤늦게 르노에 합류했다. 성격적으로 슈바이처는 지적이고 논리적이며 설득력이 강하다. 이에 비해 고슨은 조직에 깊이 간여하고 공장 등 현장이나 부품업체 등 관련업체도 직접 방문하며, 상세한 계획을 세워 집행을 신속하게 하고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각 대처하는 성격이다. 패턴이 다른 이 두 사람의 협조는 르노가 프랑스에 근무하던 고슨을 닛산에 파견한 뒤 5년이 지나고 나서 그 진가가 확인되고 있다. 고슨이 일본에 부임할 즈음 닛산의 경영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부채가 190억달러에 달했고 이익구조가 악화되는 가운데 일본과 미국에서 시장을 계속해서 잃어가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임지를 옮겨 부임한 새 CEO 고슨은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했고 초기에는 그의 개혁방향에 대한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야심찬 계획은 5년 만에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경비절감을 위해 부품구매비용을 20% 절감하고 인력을 14%인 12만7,000명이나 줄이고 5개 공장을 폐쇄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300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렸고 이익률을 개선해 부채를 격감시켰다. 앞으로의 과제는 차량판매를 400만대로 늘리고 이익률을 10%대에 유지하면서 투자 수익률을 20%대로 올리는 것이다. 르노와 닛산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99년 이래 슈바이처 회장의 지휘 아래 많은 노력을 했다. 먼저 르노는 프랑스에 있던 공장 매니저와 기술자를 대거 닛산 공장으로 파견, 세계제일의 효율적인 공정기법을 배우도록 했다. 아울러 르노 본사의 편협하고 완고한 프랑스식 경영문화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 파리 본사에서 사용하는 경영 공용 언어로 영어를 선택했다. 프랑스와 일본간에 연결기능을 하고 있는 특별팀의 언어도 영어로 바뀌었다. 두 회사는 완전히 합병하지는 않았지만 완벽한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 이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산 엔지니어링, 모델 개발, 컴퓨터시스템, 부품의 공동구매 등을 통해 두 회사가 엄청난 비용을 절약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올리고 있다. 생산도 각각 차종별로 장점이 있는 공장에서 나눠 생산하고 있다. 르노와 닛산의 합병에서 몇 가지 배울 점이 있다. 인수 및 피인수회사 사이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중복비용을 줄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명확하고 간단하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인수합병의 많은 예에서 볼 수 있다. 르노와 닛산의 성공사례에서도 보듯이 합병기업의 경영자 상호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가능하다. 두 사람의 뜻이 합쳐질 경우 철강도 베일 수 있다는 옛말의 뜻이 새롭게 생각된다. 입력시간 : 2004-10-3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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