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대중적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19세기 대표적 화가다. 에로티시즘과 쾌락을 넘나드는 그의 자유로움에 현대인들은 완전히 매료됐다. 그래서 그는 전세계에서 그림이 가장 많이 복제되는 화가로 꼽힌다. 최근 대표작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 회화 거래 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영화 ‘클림트‘는 이런 클림트를 좀더 적극적으로 이해해보고자 시도한 영화다. 다른 전기 영화들이 주인공의 삶을 단지 서사적으로만 그리는데 반해 이 영화는 좀더 예술가 ‘클림트’를 이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영화는 초반부터 과감하게 클림트의 머리 속으로 돌진한다. 영화는 매독에 걸려 죽기 일보 직전인 클림트의 무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기억을 쫓는다. 성병의 후유증으로 클림트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그래서 그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마치 클림트의 그림처럼 인과관계와 상식을 완전히 넘나드는 초현실주의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영화의 무대는 세기말의 흥분과 긴장감이 감돌던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철학'이라는 작품으로 금메달을 수상한 클림트가 축하파티에서 만난 프랑스 무희이자 여배우인 레아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하지만 레아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레아가 등장하고 다른 등장 인물들 역시 시공을 초월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등 영화는 서사를 철저히 무시한다. 관심있는 것은 오직 클림트의 머리 속에서 어떤 과정으로 예술이 만들어졌냐는 것뿐이다. 칠레 출신의 라울 루이스 감독은 이런 클림트의 예술세계를 특유의 몽환적 화면에 담아냈다.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파편적 이야기와 화면구성을 통해 마치 클림트의 그림 한편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완성해냈다. 주연 존 말코비치의 연기는 이 영화 최대의 볼거리. 특유의 갸날프고 여성적인 목소리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클림트를 재현해냈다.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나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에너지가 넘치는 클림트를 화면에 재현해내는 것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