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北의 '이중플레이'

“개성 시내 관광에 대한 합의가 북남간에 하루빨리 이뤄져 남측 선생들께서 사계절이 아름다운 개성을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네다.” 지난 24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함께 개성 시내를 방문한 기자에게 북측 안내원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북한이 개성 관광의 문을 걸어잠근 지 6개월 만에 개성 명물인 자남산여관ㆍ선죽교ㆍ고려박물관 등을 남측 인사들에게 선보였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개성은 전과 달리 활기에 넘쳤고 북측 사람들도 개성 관광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방문은 이 장관의 취임 후 북한이 기존 입장을 바꿔 개성 시내로 초대한 것이어서 냉각됐던 남북 관계가 풀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마저 갖게 했다. 개성 시내는 지난해 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거리의 많은 상점들이 간판을 새 것으로 내걸어 훨씬 정돈된 모습이었다. 개성 시민들의 표정도 경제난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활기차 보였고 거리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 장관은 북한의 환대에 답례라도 하듯 하루에 소화하기 벅찰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 장관이 이날 하루 동안 방문한 곳은 15곳이 넘었고 세 그루의 기념 식수를 했을 정도였다. 방북 당시 이 장관은 마치 북측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그는 기자에게 “기념 식수를 해보는 것도 처음인데 하루에 세 그루의 나무를 심어본다. 싸이월드(인터넷 홈페이지)에 잘 써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이 장관과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남측으로 돌아가는 순간 북측은 기다렸다는 듯 “현대 측과 개성 관광에 관련한 정식 합의서를 맺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저녁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북한이 개성 관광 사업자를 롯데관광으로 바꾸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당초 합의대로 현대아산과 하기로 했다는 남측 언론의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뉴스는 개성에서의 사뭇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일행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우리 언론들은 이러한 사실을 정부 당국자로부터 확인하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 같은 명백한 이중플레이를 한 의도는 현대아산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북측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곧 드러날 것으로 본다. 다만 북측이 남측의 ‘진정성’과는 달리 개성 관광사업을 외화벌이를 위한 수단으로만 치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올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개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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