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역주민들의 경제ㆍ사회 현황 분석을 통한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지역통계 생산을 시군구 단위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31일 서울지방통계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대기 통계청장은 “앞으로 10년 내 우리 사회가 겪을 변화의 흐름을 짚어내고 정책적인 시사점을 발굴하는 게 향후 통계청의 역할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공표되는 지역통계는 대부분 전국 단위로 표본이 설계돼 있어 지역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거나 고령화ㆍ지방분권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해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가령 고용통계가 현행 광역단체에서 시군구 단위로 확대 작성되면 일자리 창출성과를 지방자치단체장의 평가기준으로도 삼을 수 있다는 게 김 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고령화ㆍ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1955~1963년 출생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가 우리 사회에 터닝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활력의 저하, 젊은 세대 감소에 따른 교육ㆍ국방정책의 궤도 수정,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노동ㆍ자산시장의 구조변동 등에 대비하지 않고 지금처럼 가면 우리 앞에 있는 것은 낭떠러지뿐이라는 게 김 청장의 지적이다. 그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규제혁파 등 특단의 대책 없이는 소득 2만달러가 우리 경제의 한계가 될 것”이라며 “지속성장을 위한 틀을 바꾸는 데 통계청도 많은 몫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9월1일이 통계의 날입니다. 나라의 경제와 정책결정에서 통계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식정보화사회에서 통계는 정보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통계 없이는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책이나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등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어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통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기에는 현재를 과거의 연장선상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정확한 통계를 통해 우리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실제 실업률 등 몇몇 통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국민의 불신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실업률 통계의 기준은 우리나라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쓰고 있습니다. 국제기준상 일할 의사가 없으면 쉬고 있어도 실업자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통계청에서는 국제기준에 따른 실업률 통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취업준비생이나 구직단념자 등을 보조지표로 내놓고 있습니다. -통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조사원의 처우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통계가 국가 기능임에도 정부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인식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우편배달과 통계조사가 모두 같은 국가 기능인데 우편배달에는 공용차가 나오는 반면 통계조사는 그렇지 못합니다. 통계작성 기능이 있는 중앙부처나 지자체 등 370개 기관에서도 통계는 모두가 기피하는 업무가 돼 있습니다. 누구나 통계의 중요성을 얘기하지만 실제 인식이나 사회적으로 받는 대우가 낮은 점이 안타깝습니다. 한국 통계청의 위상도 국내보다는 오히려 외국에서 더 높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통계품질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통계품질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만한 잣대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엔통계사무처에서 우리나라는 적어도 중상급 이상으로 통계가 잘 구비된 나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열리는 OECD 세계포럼이 통계청 주관으로 부산에서 열리게 된 것도 이를 반증합니다. 내년 포럼은 ‘사회발전기반 조성을 위한 통계와 정책 간 연계 강화’를 주제로 세계 150개국에서 1,500여명의 통계 및 정책전문가들이 모입니다. 통계 후진국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최근 선진국들이 국내총생산(GDP)에 삶의 질 개념까지 담는 지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압니다. 행복지수처럼 삶의 질을 측정하는 통계를 개발할 계획은 없는지요.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 법치ㆍ안전ㆍ신뢰의 중요성이 강조됐는데 지금 그 분야의 달성도를 포함한 국민 삶의 질 지표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발표되는 지표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가치관이 달라 국내에서 활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부분이 사교육비인데 삶의 질을 지수로 나타내려면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미흡한 통계 분야는 없는지요. ▦경제 부문의 통계 상황은 어느 정도 완비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회 분야는 다소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출산ㆍ빈곤노인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교육비라고 보는데, 그 사교육비 통계조사를 지난해에서야 시작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또 우리 경제사회의 핵심이 일자리인데 일자리 통계도 지금은 시군구 단위로 나오지 않고 있어요. 때문에 올해 예산에는 안 잡혔지만 예산절감분을 조사해 지역 고용통계를 작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단위와 시도 단위로만 조사되는 고용통계를 내년부터 특별ㆍ광역시와 9개 도의 시군으로 확대하고 노동력 수요 통계도 현행 전국 및 6개 권역별 생산에서 16개 시도로 세분화할 예정입니다. 시도별 지역소득 분배계정, 월별 인구작성과 시군구별 생산계정 통계 등도 중기 과제로 개발에 나설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통계 왜곡에 따른 혼란의 경험이나 사례도 있을 법한데요. ▦과거 통계 미비나 해석의 잘못, 또는 엉터리 통계에 따른 오류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저출산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는 1983년에 이미 합계 출산율이 1.1 이하로 떨어져 인구감소 신호가 왔는데도 1997년까지 산아제한ㆍ저출산정책을 펼쳤습니다. 비효율적인 사회간접자본(SOC)도 모두 통계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공항을 설립하는 것 등이 모두 그 일례죠. 또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쇠고기 광우병도 통계적으로는 벼락 맞을 확률보다 적지 않습니까. -통계를 다루다 보면 앞으로의 경제전망에 대한 느낌도 생길 것 같은데요. 지금 가장 문제시되는 물가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통계 작성기관은 민감한 지표에 대해 일체 예측을 하지 않도록 돼 있어요. 작성기관이 전망을 하면 전망치에 맞추기 위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지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9%까지 오른 상황에서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공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단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투기자본 이탈로 한풀 꺾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돈이 미국 달러화로 이동할 경우 달러 강세 지속으로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은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통계청장으로서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한다면요. ▦통계를 보면 그 나라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통계는 그 나라의 얼굴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선진일류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통계를 선진화해야 합니다. 통계의 선진화라면 추상적으로 들리는데 우선 유사 중복되거나 죽은 통계는 없애 예산낭비를 막고 국민이 원하는 통계를 완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둘째로 비용 면에서나 응답자에게나 부담이 되는 면접조사 대신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살려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조사를 늘려야 합니다. 또 좋은 통계를 국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 점에서 국가통계포털 데이터베이스는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국가통계 인프라는 다른 사회간접자본이나 법 제도와 똑같은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프라를 선진화해서 최소한 통계가 우리나라 선진화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통계청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나라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2018년부터는 인구가 줄기 시작하고 노인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입니다. 2016년부터는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인구감소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경제활력을 잃으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구조적 변화를 맞게 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교육이나 국방정책도 달라져야 합니다. 또 10년 뒤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도 시작돼 노동ㆍ금융ㆍ부동산시장에 일대 변화가 예상됩니다. 앞으로 이 같은 한국사회의 변화의 흐름을 짚어내고 정책적 시사점을 발굴하는 데 통계청은 많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통계활용 장려·대국민 서비스 강화
블루슈머·지리정보서비스등 적극 시행 9월1일로 14회째를 맞이한 '통계의 날'은 통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유도하고 통계조사에 대한 국민협조를 높이기 위해 지난 1995년 제정됐다. 전문가들이 '통계는 곧 돈'이라고 할 정도로 정확한 통계의 활용은 효율적인 경제활동과 생활개선의 기반이 됨에도 불구, 통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는 게 통계청의 지적이다. 실제로 2006년 실시된 통계 인식조사에서 일반 응답자 가운데 약 30%는 '통계를 전혀 또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며 통계의 중요성과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통계청은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가통계를 기반으로 사회변화 트렌드를 읽어내서 상품기획이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블루 슈머'를 선정하는 등 통계활용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대국민 서비스 강화와 전국민의 삶의 질 제고 차원에서 인구ㆍ주택ㆍ사업체 관련 통계정보를 지도와 결합한 통계지리정보서비스를 확대 시행하고, 지방자치단체 통계비교 사이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통계청은 세계적인 통계전문가들이 모이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OECD 세계포럼'의 오는 2009년 한국 유치에 성공,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에 나선다.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3차 OECD 세계포럼은 '사회발전기반 조성을 위한 통계와 정책 간 연계 강화'를 주제로 세계 150여개국에서 정책입안자ㆍ통계전문가ㆍ경제학자 등 1,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6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2차 포럼에는 유엔의회 의장, 세계은행 부총재, 유엔개발계획 사무총장, 유럽중앙은행 이사, 아이슬란드 대통령 등 전세계에서 1,23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 '사회발전 및 측정'을 주제로 논의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