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를 비롯해 지역 단위 자사고 입시가 성큼 다가왔다.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은 다음달 7일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를 시작으로 전체 모집인원 2,945명을 뽑는 2016학년도 신입생 선발 원서 접수에 돌입한다. 이들 자사고가 공개한 '2016학년도 입학전형 요강'에 따르면 지난해 도입된 중학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올해 2년째를 맞아 학생부 교과 성적 변별력이 낮아지고 자기소개서·면접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화 없는 입시가 진행되지만 한국외대부고·하나고 등 상당수 학교는 세부 모집 방식에서 변화를 꾀해 세부 변화에 강해야 합격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기도 용인의 외대부고는 총 정원(350명)의 20%를 차지하는 사회통합전형 모집에 추첨 선발을 도입한 점이 눈에 띄는 변화다. 서울 지역 자사고에서는 기존에 지원율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추첨 방식을 사용했지만 전국 단위 자사고에서 일부 추첨 방식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에 외대부고 사회통합전형은 일반 전형과 동일한 방식으로 1단계에서 중학교 교과 성적(40점)을 토대로 모집정원의 2배수를 선발했는데 이를 공개추첨 방식으로 전환해 사회통합전형 지원자 중 140명을 선발해 2단계인 서류와 면접 평가(60점)로 최종적으로 70명을 선발한다. 1단계 추첨 선발로 교과 성적이 낮더라도 면접에서 돋보일 경우 합격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서울 은평구 소재 하나고는 학생부 교과 성적 산출에서 제외할 수 있는 과목 수를 2과목으로 줄였다. 지난해에는 특정 학기의 과목을 3과목까지 성적 산출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해 대다수 학생들이 성취도 B를 없애 1단계 동점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1차 선발 인원이 4∼5배수에 달했던 만큼 동점자를 줄이기 위해 제도 변화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는 2과목을 제외해도 내신 만점이 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1단계 통과가 어려워 지원 가능 인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 현대청운고는 하나고와 같이 특정 학기에 가장 점수가 낮은 과목 1가지를 성적 산출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올해 새로 도입한다. 이에 따라 최대 비율로 반영되는 학기의 과목 중 하나라도 B를 가진 학생은 모든 점수가 A인 지원자와 동일하게 1단계 만점을 얻을 수 있어 지원가능군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률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 방식에서 변화를 꾀한 학교도 있다. 전주 상산고는 2단계 면접 평가에 집단면접과 독서면접을 포함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는 2단계 면접이 자기주도학습(70점)·인성(30점)만이 평가요소였지만 올해는 집단면접(30점)·개별면접(40점), 인성·독서(30점)로 평가 항목이 구체화됐다. 특히 상산고는 지원자의 독서활동에 큰 비중을 두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는 "특히 면접 단계에서 자기소개서에 쓴 독서 활동을 바탕으로 실제로 지원자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집중 평가하는 만큼 무조건 심도 있는 책을 고르는 대신 어떤 의미를 끌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교과서에서 접한 인물·사건을 더 깊게 알고 싶어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면 교과과정과 연계된 독서활동 내용을 부각시킬 수 있어 플러스 요소가 된다.
서울 지역 자사고의 경우 11월16∼18일 일제히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일반고로 전환된 관악구 소재 미림여고와 일반고 전환을 희망해 모집요강을 공고하지 않은 구로구의 우신고를 제외한 23개교에서 8,842명을 선발한다. 이 중 경문(동작구)·숭문(마포구)·장훈(영등포구) 3곳은 올해부터 면접 없이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면접을 진행하는 나머지 학교 20곳도 면접을 실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율을 120% 또는 130%로 설정했기 때문에 지원율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지원율이 미달돼 면접을 치르지 못한 학교가 9곳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면접을 치르기 위한 지원율 기준이 높아져 추첨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점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경쟁률이 2대1이 넘는 주요 자사고를 제외하고는 눈치작전이 심해질 것"이라며 "추첨으로 선발할 가능성이 높은 고교를 피해 지원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