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를 정비하겠다고 나서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술렁거리고 있다.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품질력과 원가경쟁력이 있는 부품업체만을 협력업체로 엄선하기 위해 한국표준협회와 독일시험검사연구원(TUV)에 의뢰를 맡겨 계열 부품업체들에 대한 실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를 포함, 현재 800여개에 계열 부품업체 수를 200여개 정도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따라서 다음달 말까지 계속될 실사는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금품수수 등 잘못된 거래관행을 갖고 있는 업체를 협력관계에서 탈락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부품업체로서는 평가에서 낙제점수를 받을 경우 최대의 수요처이자 「모기업」을 잃게 돼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예고됐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말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기아·아시아자동차 협력업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부품업체를 선별하겠다』며 『완성차 경쟁력을 높여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업체는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鄭회장은 이날 『기아의 몰락에는 협력업체와의 깨끗하지 못한 거래관행도 작용했다』고 지적, 기존 협력업체의 대폭 물갈이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독점기술을 가졌거나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은 사업확대 기회를 만났다며 반기고 있지만 규모가 영세하거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범용제품을 생산하는 대부분 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현대계열 업체와 생산품목이 겹치는 기아 협력업체들의 동요가 심각하다. 이들은 현대가 외국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부품의 글로벌 아웃소싱」까지 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한 기아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아가 어려웠던 지난 2년동안 기술개발 투자를 전혀 못했는데 갑자기 평가를 하겠다니 앞이 캄캄하다』며 난감해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리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동등한 점수를 받을 경우에는 현대 계열에 우리가 밀릴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풀죽은 모습이었다.
안산지역 기아협력업체 모임인 기안회관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은 하루아침에 거래선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협력업체의 대규모 교체가능성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안산·반월공단은 특히 기아 협력업체가 많아 공단 분위기가 엉망』이라며 『완성차가 부품업체의 살길을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