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4일] 고유가 부담 덜 정치

고유가로 유발된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서민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한시름 덜 듯하지만 아직 우리 경제에 훈풍을 몰고 올 정도는 아니다. 올 상반기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일자리가 14만967개로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전기와 가스 등의 공공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라 물가 불안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가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고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가 당분간 사정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근심은 정치권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민생안정대책특별위원회가 ‘고유가 특위’로 불릴 만큼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원유값 인상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정유업계가 원유가 상승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서민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특히 정유업계의 담합행위가 소비자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며 정부에 근절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민생특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2006년 2조9,403억원, 2007년 4조1,357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남겼다. 또 여야 의원들이 “소비자들에게 보다 싼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정유회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고 따지자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의 이윤호 장관이 “핵심 영업 비밀이고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며 정유업계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정치권이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대형 할인점의 주유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주유소협회가 강력 반대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협회가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여야는 당초 민생특위에서 유가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특정업계에 대한 청문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좌절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유업계의 정치권 로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고유가가 서민경제 고통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정유업계 실태 등을 낱낱이 파악해 고유가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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