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일부 고위험 금융상품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지난 15일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의 신탁상품 신규 지침에 이어 더 이상 인민은행이 부실 금융상품을 구제하지 않겠다는 최종 통보로 해석된다.
30일 중국경제일보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전일 인민은행은 연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산관리상품(신탁상품)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장려하고 시장원리를 강화하려면 일부 디폴트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는 3월 일부 신탁상품의 디폴트가 전체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한 리커창 총리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그동안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자산관리상품에 부실이 생길 경우 보증을 선 국유은행을 통해 인민은행이 구제해주면서 자산관리상품 시장이 확대됐다. 하지만 자산관리상품에 흘러간 자금이 부동산ㆍ철강 등 부실업종으로 유입되며 부실화됐다.
인민은행은 이어 지난달 말부터 실시한 주요 17개 은행의 재무건전성 점검(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이들이 위기상황에서 충격에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부동산 부문과 자산운용상품, 그리고 지방정부 채권의 (디폴트) 위험에 대해 더 큰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이에 대해 "투자자도 위험을 더욱 절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인민은행은 온라인투자펀드 같은 인터넷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 비트코인을 투기수단이라고 규정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민은행이 자산관리상품에 대한 디폴트를 용인하기로 한 것은 자칫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자산관리상품이 투자된 부동산 개발업체의 경우 디폴트 위험이 커지며 추가 차입이 막히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의 4월 역외차입(위안과 달러 채권 모두)은 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점(16억달러)의 3분의1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차입이 대부분 지방정부 보증으로 지방 소재 국유은행에서 이뤄진 만큼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가 지방정부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산관리상품의 디폴트 용인으로 은행 고객들의 집단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8일 지린신탁 고객들이 베이징 중국건설은행 본점을 찾아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며 집단항의를 벌였다. 지린신탁은 2월 2억8,900만위안의 신탁상품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며 디폴트가 발생했다. 석탄회사인 산시롄성에 투자한 이 신탁상품은 연이율 9.8%로 건설은행을 통해 2012년 2월부터 판매됐다. 중국 부유층인 투자자들은 당시 건설은행이 원금보장을 약속했다며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FT는 "부유층은 중국 공산당을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세력"이라며 "이들의 광범위한 분노와 불안은 중국 금융시장의 신뢰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은행ㆍ증권ㆍ보험 등의 이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자본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은행의 경우 부외거래와 자산관리상품이, 증권은 일부 상장기업의 실적하락에 따른 채무증가 등이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은 생명보험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민은행은 "국영은행 위주인 금융권에 경쟁과 혁신 원리를 도입해야 금융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더욱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금리 자유화를 포함한 금융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