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8일] 사자와 기린은 왜 이혼했을까

수컷 사자와 암컷 기린이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첫날밤 서로 약속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맛있는 먹을거리와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자고 손가락을 걸며 다짐까지 했다. 사자는 아프리카 초원을 질주하면서 잡은 육식동물을 잡아 기린에게 매일 내놓았다. 기린은 높은 나뭇가지에 있는 싱싱한 나뭇잎을 한 입씩 따다가 사자에게 매일 제공했다. 기린은 선천적으로 고기를 먹지 못했지만 사자의 정성이 너무나 고마워 고기를 먹는 시늉을 했다. 사자도 기린이 애써 따온 나뭇잎을 먹는 흉내만 내고 기린이 보지 않는 사이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사자와 기린은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서로에게 기울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애써 장만한 음식을 상대방이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노력과 호의(好意)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게 됐고 결국에는 헤어지기로 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만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변명을 하면서. 내년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을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시교육감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수성향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진보성향인 곽노현 시교육감이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도 한나라당 소속인 오 시장과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곽 교육감과 시의회가 연대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오 시장은 무상급식은 시기상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만나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립과 반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과 의견에 귀를 닫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논쟁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 오 시장과 곽 교육감은 이혼소송에 합의한 사자와 기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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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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