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사제 생활을 하고 있는 문한림 신부가 아르헨티나 산마르틴 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이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사제로는 주 태국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에 이어 두 번째, 한인교포로는 처음이다.
문 주교는 해외 한인교포 사제로는 최초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사제로는 주 태국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에 이어 두 번째로 주교에 임명됐다. 교황청은 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소속 문한림 유베날 신부(59세·사진)를 아르헨티나 산마르틴 교구 보좌주교와 수투누르카 명의주교로 임명한다고 바티칸 통신(VIS)을 통해 밝혔다. 산마르틴 교구는 총인구 76만1,000명 중 가톨릭 신자가 52만5,000명으로, 교구 사제 79명, 수도자 179명, 본당 102개를 두고 있다.
문 주교는 1955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 성신중·고등학교(소신학교)를 졸업해,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수학하던 중인 1976년 아르헨티나로 이민갔다. 이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신학교를 졸업하고 1984년 10월 사제품을 받았다.
산카예타노 본당 보좌신부로 사목을 시작한 문 주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인 천주교회에서 한국어가 서툰 한인 2세들의 교리교육과 미사, 고해성사를 담당했다.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영성신학을 전공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도들의 모후’ 본당신부, ‘테오도로 알바레스’병원 원목,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 본당신부 등을 역임했으며, 2003년부터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 본당신부를 맡아 왔다. 또 교구 사제 평생교육 과정 책임자, 아르헨티나 한인 천주교 공동체 지도신부를 맡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적을 가진 문 주교는 교구 사제로 왕성하게 활동함은 물론, 성가소비녀회의 아르헨티나 진출에 가교 역할을 하는 등 한국의 선교, 사목자들이 라틴아메리카 교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에는 회원 수 250여 명의 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AMICAL) 회장으로 선출됐다.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참으로 인품이 넉넉하신 분으로, 뒤에서 보이지 않게 선교사들에게 영적으로 힘이 되어주셨다”며 “교구 사제로서 충실히 사셨기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셨던 교황님은 물론이고 문 주교님이 부임하실 산마르틴 교구의 교구장 주교님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시고 선발?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교포 2세가 교구 신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 주교의 임명은 피부색과 출신을 떠나 교회의 진정한 보편성을 보여주는 큰 표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