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에서 우리측 대표가 제안한 '대북 에너지 지원-검증의정서 연계' 입장이 남북 관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새 정부 이후 차갑게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지난 8일 6자회담 전체회의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밝힌 검증의정서 채택과 대북 에너지 지원의 포괄적 연계론이 북핵 협상에서 남북간 팽팽한 기싸움의 소재가 된데 이어 앞으로 남북 관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측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0일 '6자회담 허물어진 북남공조'란 제목의 기사에서 "회담장에 나온 한국 측의 외교관들에서 북남 공조의 재현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면서 '훼방꾼으로 변신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북측은 8일 수석대표회의 이후 줄곧 비핵화 1, 2단계를 규정한 '2ㆍ13 합의' 어디에도 검증 문제가 적시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며 우리측의 이른바 '검증의정서-대북경제지원 포괄적 연계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불편한 심기 표현에 이어 이날 조선신보까지 "남북관계를 차단시킨 이명박 정권의 대북 대결노선이 다국간 외교의 전략까지도 대폭 전환시킨 듯 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북측이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검증의정서 채택과 경제ㆍ에너지 지원의 포괄적 연계론은 사실상 북측이 그동안 북핵 협상과 남북 문제에서 늘 써왔던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차용하는 모습이어서 앞으로 북핵 협상은 물론 남북 문제에서 남북이 한치 양보 없는 '강(强) 대 강(强)'의 대립 구도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측은 그 동안 남북 문제에서 우리측의 강경한 대북 전략에는 더욱 강한 카드를 내밀며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가뜩이나 냉각된 남북 관계에 언제 온기가 불어올지 관측하기 더욱 어려운 형국이다.
6자회담 사흘째인 이날 각국 대표들은 댜오위타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속개, 북핵 검증의정서 채택을 위한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이날 참가국들은 당초 오전 9시(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국가 대표들이 회담장 도착이 늦어져 의장국 중국을 중심으로 개별 양자접촉을 벌이며 협의를 벌였다.
중국이 전날 제시한 의정서 초안은 검증의 주체와 대상, 방법, 시기 등이 담겨져 있으며 지난 7월 6자회담 합의문과 10월 평양 북미합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