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나무·꽃과 교감한 치유의 시간

■산방일기(수연 지음, 꽃비 펴냄)


"우리가 사는 도시공간은 편리하긴 하되 진정한 마음의 평화는 없다. 날마다 전투를 치르듯 밥벌이에 허둥대다가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닭장 같은 아파트 공간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삶의 전부인가 하는 의문이 수시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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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에 지친 저자는 마흔을 넘기며 서울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탈출한다는 마음으로 경기도 양평군에 작은 땅뙈기를 마련했다. 오두막 산방(山房)이 자리잡은 곳은 양평 봉상리 젬박골. 지난 15년간 산방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교제했고 산·나무·꽃·짐승과 온몸으로 교감했다. 그 시간을 "세상에서 입은 영혼의 상처에 좋은 치유"였다고 말하는 저자가 일기 형식의 내면적 고백 3년 치를 삭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춤추듯 흔들리는 신록을 보고 어린아이의 걸음마를 떠올리며 '어른이 되면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는데, 나무는 해마다 거듭 어린아이로 재탄생하고 있다' 하고, 죽어 뻣뻣하게 굳은 너구리를 묻어주면서는 '나도 언젠가 저런 모습이리라. 생이 다하면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에 의해 자신의 몸을 이 땅 어딘가에 그냥 턱 떨구고 가는 것'이라며 생의 섭리를 매일 하나씩 터득한다. 봄이면 대지와 영적으로 교감하고, 여름이면 초목이 땅의 주인임에 경탄하며, 가을의 풍요와 찬란함에는 깊은 감동을, 무한적막한 겨울 산방에는 외로움과 싸워 깨우침을 얻었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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