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가 포커스] 여야, 인준 둘러싼 복잡한 수싸움

■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 불투명

與 단독처리 하자니 후폭풍 우려 '속앓이'<br>野 반대당론 속 충청권 민심에 '눈치보기'

"12일, 늦어도 설날 연휴 안에 끝내자."(여당) "안 된다. 설 연휴 직후에 표결하자,"(야당)

10~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본회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복잡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12일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야당이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다"며 당론 반대 의사를 밝혀 야당이 인사청문회에 관해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의견을 담은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늦출 확률이 높아서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5일부터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채택을 요구하게 되는데 야당은 설 연휴(18~22일) 직후로 늦추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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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한 지도부는 "총리 인준이 늦어지면 개각도 늦어진다"며 "12일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특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지난해 문창극 후보자 때는 초선 6명이 반대성명도 냈다. 이번에는 여권에서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뭉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12일 단독으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해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 여당이 특위 위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야당보다 1명 많아 야당이 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해외출장 금지령을 내리는 등 표 단속에 나섰다. 청문특위 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강행처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12일에는 무조건 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여당 의원도 "설이 지나면 여론이 더욱 악화돼 12일에 그냥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김용준·안대희·문창극 후보자가 낙마한데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권에 레임덕이 올 수도 있어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는 한 표결은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단독처리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인사에 관한 사안은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청와대나 여당의 협조 요청을 받고 단독상정할 수도 있으나 정치적 부담이 커 여야 합의를 촉구할 확률이 크다. 새누리당도 '반쪽 총리' '날치기' 라는 비판을 받으며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를 전면에서 옹호하면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인준 표결을 늦추면 인사 논란이 커지게 돼 동반책임론이 나올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인준 투표 연기 제안을 수용하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의 합의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당의 속내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12일 의총에 인준 반대 당론을 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후보자 인준을 길게 끌 경우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최근 문 대표의 '호남총리론' 발언이 나온 터라 이 후보자의 인기가 높은 충청권 민심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호재를 놓칠 수도 없어 12일 본회의 반대투표나 표결 불참보다는 보고서 채택을 늦춰 본회의 투표를 설 직후에 실시하자고 여당에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야 합의를 통해 본회의 일정을 늦추면 야당으로서도 충청권에 대해 다소 부담을 덜면서도 설 밥상에까지 이슈를 끌고 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야당의 한 원내지도부는 "부적격 의견을 달더라도 12일 보고서 채택에 동의하면 야당이 표결에 응하든 불참하든 이 후보자 인준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야당의 기류가 처음에 이 후보자에게 우호적이었다가 많이 바뀌어 그냥 통과시켜주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수석대면인인 김영우 의원은 "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해 최대한 상처를 입히려고 해 걱정"이라며 "야당도 이 문제를 길게 끌고 가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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