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대」보다 「정권」교체 선택/15대 대선 의미

◎동·서 지역갈등 심각성 드러내/우선 「경제살리기」 온힘 쏟아야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간신히 따돌리고 대권을 장악했다.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국가경제를 망친 집권세력에 대해 투표로 심판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위해 「준비된 대통령」을 주창한 DJ와 오랜 국정운영 경험을 지닌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JP), 포철신화를 창조한 자민련 박태준 총재(TJ) 등 DJT 3인 연대를 선호한 것이다. 이들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대신 DJ를 선택한 것은 세대교체 보다 수평적 정권교체쪽에 비중을 둔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DJ는 서울과 경기, 충청, 호남지역에서 우위를 지켰으나 영남지역 지지율이 지극히 낮아 당선권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이는 경제실정에 따른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DJ중심의 정권교체를 원치않은 반DJ정서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DJ는 앞으로 이같은 현실을 충분히 감안, 비상경제내각 구성과 국정운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대구·경북(TK)지역과 부산·경남(PK)지역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으나 영남권 여당 표가 국민신당 이후보와 엇갈려 근소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PK지역과 경기, 충청, 강원지역에서 선전했으나 대권 장악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선은 일반적으로 축제분위기에서 치러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임한 국민들의 심정은 매우 착잡했다. 세계 11위권에 속했던 우리 경제가 무능한 김영삼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에 의해 사실상 부도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부도난 대한민국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역량있는 대통령을 가려내야 한다』는 각오로 투표를 했고 그 의지를 표로 결정지었다. 이들은 경제파탄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경제대통령을 선택했다. 지난번 대선에 참여했던 유권자들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가계와 기업은 물론 국가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지난 92년 대선에 실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YS실정을 틈타 정계에 복귀한 DJ는 JP와 TJ도움 등으로 대권 도전 4수만에 대권 꿈을 실현했다. 우리나라는 IMF에 넘겨준 경제주권의 회복과 불가피한 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대선후유증인 정파와 지역갈등 문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 등 주요현안이 산적해있다. 유권자들은 주요쟁점으로 부각된 경제실정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3김청산」을 포함한 세대교체와 50년만에 이룩하는 여야 정권교체 문제를 놓고 냉엄한 선택을 했다. 이번 대선은 영남 출신 대통령후보가 없어 지난 61년 군사쿠데타로 박정희 전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특정지역에 의해 대권장악과 정국을 주도해온 지역주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물론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등 영남권 유권자가 9백10만여명으로 전체의 28.3%에 달해, 특정후보의 당락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도 나오고있다. 영남지역에서 TK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50% 이상의 절대우위를 보였지만 PK지역을 기반으로 여세를 몰고온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선전하는 바람에 영남표가 크게 분산되었다. 대구·경북지역을 기반으로 등장한 자민련이 국민회의와 단일후보를 낸데다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 박철언 부총재 등이 적극적으로 DJ 지원활동에 나섰으나 DJ지지율을 높이는데는 미흡, 뿌리깊은 지역감정을 실감케했다. 선거에는 반드시 승패가 있기 마련이다. 비록 김대중 후보가 대권을 잡았지만 집권 후 임무가 막중하다. 김대중 당선자는 대권장악의 승리감보다 상대 후보에 대한 포용력을 발휘, 국민적 화합을 바탕으로 IMF 관리체제 아래서 하루빨리 우리경제를 회생시켜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의 경우 낙선후보 책임 추궁에 따른 당권포기와 선거책임자의 인책 등 이합집산에 따른 대대적 정계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이제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나 대선결과에 깨끗이 승복, 서로 힘을 합쳐 당면과제인 경제회생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황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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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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