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생색내기' 회의
사장대신 임원급 대리참석… 회의 개최않고도 자료배포
'생색내기?'
최근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증권업계가 11일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대정부 건의까지 발표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실제 회의에 참석한 증권 및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임원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들은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의 위기감과 증권시장을 기반으로 생존하고 있는 업계 최고경영자들의 위기감이 '순도 및 강도'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이날 증권사 사장단회의에는 참석대상 29개사 가운데 사장이 직접 나온 곳은 대신ㆍ하나ㆍ한국투자증권 등 8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SㆍLㆍD사와 또 다른 D사 등 대형 증권사들을 포함한 나머지 21개사는 임원들이 대신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자산운용사 사장단회의는 한술 더 떠 아예 회의를 개최하지도 않고 e메일로 내용을 통보해놓고는 마치 사장단이 모여 긴급회의를 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한 증권사 사장은 "솔직히 나가서 할 얘기라는 게 뻔한데 굳이 참석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건의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뭐냐고 물었더니 참석자도 자세히 모르더라"며 "위기상황이라니까 그저 모양 갖추기식의 긴급 이벤트를 마련한 모습"이라고 힐난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입력시간 : 2004-05-12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