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의 국고지원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보여 온 서울시가 이번에는 3조원에 달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상생기금) 조성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상생기금 출연금으로 지방소비세의 35%를 원천징수하는 지자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면서 서울시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상생기금은 지난 2010년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규제완화에 따른 개발이익을 다른 지자체와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수도권 3개 지자체에 규제를 완화하면 반대급부로 개발이익이 생기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지자체들과 개발격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전해 주기 위해 수도권 3개 지자체가 10년간 매년 3,000억원씩 총 3조원의 기금을 적립하자는 것이었다. 기금규모는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려워 당시 지자체가 발행한 지방채(3조원)를 기준으로 해당하는 금액을 적립하자는 데 합의했다. 당시 매년 3,000억원을 조성하려면 지방소비세의 35% 정도면 돼서 시행령에도 ‘35%’를 명시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부동산 교부세 폐지와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감소 등으로 재정상황이 나빠지자 ‘35%’ 기준대로는 기금출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취지는 3개 지자체가 연간 3,000억원씩 10년간 3조원을 조성하자는 것이었는데, 정부가 지방소비세의 35%를 원천징수하게 되면 이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걷히게 돼 결국에는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원래 취지대로 출연규모를 10년간 매년 3,000억원씩 총 3조원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안인 35% 출연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1,690억원을 내야 하지만, 서울시안인 3,000억원 출연 기준으로는 1,417억원만 내면 된다. 출연차액이 273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는 35% 기준시 내년 이후 기금출연이 끝나는 2019년까지 출연차액만 2,490억원으로, 연간 평균 415억원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복지사업이 줄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연간 4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출연한 상생기금은 2010년 1,497억원, 2011년 1,479억원, 2012년 1,428억원, 2013년 1,417억원 등 총 5,821억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금의 조성규모는 도입 당시 지자체 지방채 발행 규모가 3조원 수준임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35%는 시행령 개정 당시의 기금출연액을 3,000억원 규모로 맞추기 위해 설정한 비율에 불과하다”며 “당시 행안부 보도자료와 지자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의원원문 비용추계에서도 연간 3,0000억원 규모로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완화 이후 서울시의 개발이익이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지역상생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년 1,400억원을 꾸준히 조성하고 있다”며 “35%를 기준으로 하면 1,700억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고, 현재보다 300억원 가량을 더 내야 하는데, 현재 재정상황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35% 기준’이 아닌 연간 ‘3,000억원 기준’에서 기금을 출연해야 한다며 2012년 출연분부터 ‘3,000억원 기준’에 맞춰 출연금을 내고 있다. 정부의 ‘35% 기준’에 비해 323억원을 덜 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미납한 출연차액을 내라고 독촉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현 재정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버텨 왔다.
보다 못한 안전행정부는 상생기금 출연금을 원천징수하는 내용의 지자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시키는 등 강경 입장이다. 지금까지 수도권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지방소비세를 배분받고 나서 35% 규모를 기금에 출연했다. 그러나 정부는 서울시처럼 미납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아예 원천징수해 화근을 없애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극렬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35% 기준대로 내면 연간 3,000억원이 넘어 당초 취지를 훼손하고, 지자체의 징수과세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헌법과 지방세기본법이 보장하는 자치단체의 지방세과세권을 침해하고, 지방재정법의 예산총계주의에 반하는 등 지방자치제의 이념을 훼손하는 위헌적인 내용”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권한쟁의 심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2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서울시 예산협의회’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강조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시장은 “세수감소와 복지지출 확대 등으로 인한 재정악화로 35% 출연은 곤란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을 함께 적립하는 경기도와 인천시도 서울시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시처럼 적립기금을 미납하지는 않고 있지만, 내년에는 똑같이 세수부족을 겪고 있기 상황이어서 경기도와 인천시 역시 35% 기준에 맞춰 기금출연을 낼 형편은 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도의 기금출연은 35% 기준 2012년과 올해 각각 1,494억원, 1,642억원이고, 인천시는 상대적으로 적은 각각 318억원, 350억원에 달한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예산부족으로 추경편성을 한 만큼 빠르면 올해 출연분이나 내년부터는 줄어든 출연금을 내는 등 서울시와 같은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