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난으로 못배운 恨 아이들에 베풀죠"

영천 영화초등학교 기능직 공무원 박석암씨<br>결손가정 아동에 학용품·용돈 대주고 학교내 이발소 만들어 머리도 깎아줘

박석암(왼쪽)씨가 전에 근무했던 단포초등학교 학생들과 가을 소풍을 가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약 2년밖에 남지 않은 정년까지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이 더 푸르고 활기차게 자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경상북도 영천시 영화초등학교에서 기능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석암(55)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인근 초등학생들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다. 그리 넉넉한 형편도 아니고 학력도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챙기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하다. 박씨는 가정형편 때문에 진학을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난 92년 송죽장학회를 만들고 매년 2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산골 구석구석에 살고 있는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생필품과 학용품, 급식비와 용돈을 챙겨주는 일도 다반사다. 동네에 변변한 이발소가 없어 머리가 덥수룩한 아이들을 위해 자비로 학교에 간이 이발소를 마련하고 손수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기도 한다. 박씨는 이제 남학생의 스포츠 머리는 물론 여학생의 단발머리까지 깎을 수 있을 정도다. 박씨는 “8형제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못해 울던 기억이 엊그제 같아 나보다 더 어려운 학생들을 미약하나마 돕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와 보살핀 것은 물론 학생 가족을 위해 살던 집을 내주기도 했다. 박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미숙(가명)이를 만난 것은 2000년. 미숙이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로 자녀보다 술이 우선이었지만 미숙이의 얼굴은 항상 밝았다. 미숙이의 급식비를 지원하던 박씨는 2002년 미숙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됐다. 어머니마저 돈을 벌러 집을 떠난 상태라 혼자 남게 된 미숙이를 박씨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고 딸처럼 보살폈다. 또 지난해 미숙이의 어머니가 돌아오자 미숙이 모자에게 자신의 집을 선뜻 내줘 살게 하고 자신은 아들 집으로 옮겨갔다. 박씨가 28년의 학교생활 동안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대창초등학교에서 운전원으로 근무하던 91년 8일 밤낮으로 차를 몰아 전교생 310명에게 대전 엑스포 견학을 시킨 일이다. 당시 현장학습은 꿈도 못 꾸던 학생들을 위해 오전6시30분에 출발해 오후10시께 도착하기를 8일간 계속하다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박씨의 좌우명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다. 선을 베푼 사람에게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박씨는 “비록 배우지 못해 교단에 설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근무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어린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나며 부모의 나태함과 봉사의 기쁨을 일깨워준 딸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산골 아이들과의 추억을 적은 수기로 최근 교육부가 주최한 교육현장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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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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