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생명보험상품의 해약환급금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계 보험사가 자산운용 손실을 계약자에게 전가해 해약환급금을 대폭 줄여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생보사인 AIG생명은 지난해 9월부터 판매한 방카슈랑스 전용상품 ‘AIG 스타연금보험’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MVA(Market Value Adjustmentㆍ시장가격조정) 방식을 적용해 해약환급금에 자산운용손실의 일부를 전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이 상품의 보험료로 투자한 채권 가격이 장부가보다 하락한 시점에 계약자가 해약을 요구하면 보험사는 손실을 내고 채권을 팔아 해약환급금을 지급하는데 매각손실액의 20%가 고객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다른 연금보험의 경우 연계된 유가증권을 팔아 해약환급금 재원을 만들지 않고 신규 보험료로 해약환급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손실의 일부도 계약자가 부담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AIG생명측은 “반대로 매각이익이 났을 때는 고객이 다른 상품에 비해 더 많은 해약환급금을 받게 되고, 특히 만기까지 보유하는 계약자에게 높은 확정금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MVA 방식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IG생명의 주장과는 달리 MVA 방식을 적용한 이 상품의 금리는 다른 연금보험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스타연금Ⅰ’의 경우 기간별로 3.4~3.7%, 달러로 받는 ‘스타연금Ⅱ’도 3.4~4.3%에 불과하다. 특히 확정금리를 적용하는 기간이 끝난 후 최저보장이율도 1~2%로 다른 연금상품의 2~3%에 비해 낮다.
개발 당시부터 투자손실의 계약자 전가라는 점 때문에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이 상품은 금융감독원 승인 후 생명보험협회의 배타적 상품권까지 획득하며 은행 고객에게 인기를 끌어 최근까지 1년 동안 5,100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