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녹색소비로 생태계 보호 가능할까

■ 에코의 함정 (헤더 로저스 지음, 이후 펴냄)


'녹색'이 단순히 색깔을 의미하는 단어를 넘어선 지 오래다. 녹색 자동차, 녹색 건축, 녹색 패션에 이르기까지 녹색은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의미 있는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들은 바른 소비가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 믿으며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지갑을 여는 것만으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게으른 환경주의자'라고 규정하며 유행처럼 자리잡은 녹색 소비의 허와 실을 파헤친다. 저자는 각 장에서 유기농 먹을거리와 생태 건축, 바이오 연료와 친환경 자동차, 새로운 대안이자 유력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탄소 거래 사업의 실체를 다룬다. 그는 우리가 대안이라고 믿는 녹색 소비가 정말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NO'이다. 미국에서 유기농 농장을 경영하는 한 농부는 유기농 인증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한데다 과도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돼 생계비조차 벌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도축업 역시 미 농무부가 내놓은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맞출 수 있는 대형 도축 사업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규모 도축 시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인 기름 야자를 기르기 위해 열대 우림을 밀어내고 들어선 남미의 대규모 플랜테이션에서는 토착민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997년 도요타가 내놓은 '프리우스'는 녹색 자동차 시대를 연 첫 모델로 꼽히지만 프리우스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녹색의 옷을 입고는 입지만 '자본의 논리'가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는 현장들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공정 무역 상품이나 유기농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것을 무가치한 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 상품이 기업의 허울 좋은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생산ㆍ유통ㆍ소비 전 과정에 걸친 성찰을 통해 기존의 권력과 자본의 구조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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