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마빡이와 종부세

지난주 전국의 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되면서 종합부동산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세금폭탄’이라며 매년 2~3배씩 오르는 세금에 대한 성토하고 있고 다른 한편은 그 정도의 재산을 가졌으니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며 인터넷 등에 글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이 양편으로 갈려 논쟁을 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종부세 대상이 50만5,000가구로 전국 1,777만가구의 2.1%에 불과하다면서 소수의 부자들을 겨냥한 세금임을 연일 강조한다. 또 여기에 집값이 오른 것에 비해 세금 증가분은 미미하다는 주장을 더한다. 그러나 정작 종부세 증가의 희생양은 어수룩하게 고가주택을 한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들은 불만은 많겠지만 이 정도의 세금을 낼만한 재산적 여유가 있으니 걱정이 없을 것이고 잉여주택의 전ㆍ월세를 올려 세금을 충당하면 그만일 것이다. 반면 1주택으로 장기간 한곳에 거주하고도 집값이 갑자기 올라 종부세 대상에 포함된 사람들은 밤잠을 설칠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수도권 외곽으로 이사하면 양도세를 다 내고도 여유자금까지 생길 것이라고 했지만 직장과 교육 문제를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종부세 대상에는 신도시 아파트까지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또 어디로 가라는 이야기인지 답답해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를 보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목에서 최근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들은 TV 개그 프로그램 ‘마빡이’와 종부세를 비교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마빡이와 종부세는 공통점 2가지와 차이점 2가지가 있다는 것인데 우선 공통점은 모두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며 조금 어수룩하고 허술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마빡이는 항상 갈빡이에게 당하는 콘셉트로 ‘불평등’을 추구하지만 국민들을 즐겁게 해주는 반면 종부세는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국민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 정책과 개그 코너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종부세가 제도적인 허점을 알면서도 일부 계층을 겨냥하는 도구로 보완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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