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결국 유권자 몫이다


선거의 계절이 왔다. 오는 10ㆍ26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다음해 총선과 대선이 이어진다. 올 연말이나 다음해 초에 개시될 것으로 보이던 여야 간 전투는 벌써 진행 중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사퇴 파문으로 선거 시즌이 6개월여나 앞당겨진 탓이다. 특히나 10ㆍ26 보선은 '안철수 신드롬'이 등장해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자, 여야 모두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로 받아들인다'며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유권자들도 '정치권이 이제 정신을 차리려나 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걸까. 자성의 목소리를 낸지 불과 두 달 남짓된 지금, 여야는 국민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반성을 언제 했느냐는 듯 '안철수 열풍'전으로 돌아갔다. 상대진영 후보의 정책 검증보다는 네거티브 전략에 열을 올리는 건 여야 구분이 없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막말이 오가고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기자의 메일함에는 여야에서 보낸 네거티브 논평이 하루에도 수십 건이나 쌓인다. 새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역시나'를 되뇌일 수밖에 없다. 모두 '안철수 신드롬'에 담겨진 의미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신드롬 직후와 최근 정치인들의 처신은 천양지차다. 기자가 만나 본 한 여권 인사의 입장 변화는 극적(?)이다. 안철수 열풍이 거셀 때 그는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우리 정치, 물론 나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기존 정치권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지."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안철수도 별 수 없어. 검증에 들어가면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원 오브 뎀(0ne of them)에 불과해. 너무 과대평가돼 있어." 야권 측 역시 안철수 신드롬을 받아들이는 강도가 예전만 못하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확실하게 보여준 일대 사건으로 야당도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에서, "안철수 원장의 인기가 실제 득표로 연결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정치판이라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로 바뀌었다. 기성 정치권이 자기혁신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다. 유권자의 책임은 그래서 막중하다. 반드시 투표권을 행사하고 네거티브에 상관없이 누가 적임자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표장에 가기 전에 각 후보의 정책을 꼼꼼하게 한번이라도 들여다봐야 한다. 지연,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뽑아놓고 욕하는'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고 정치를 바꾸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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