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참여정부 2년] 경제 성적표 들여다보니

수출만 호황… 서민 고통지수 최악<br>내수·투자로 연결안돼 경제성장률 추락<br>일자리도 줄어 실업률급증 '이태백' 보편화<br>부동산은 규제따라 급등락 '롤러코스터'



노무현 대통령 집권 2년은 내수침체로 얼어붙은 경기에 수출로 간신히 ‘군불’을 쬐어온 시기로 표현할 수 있다. 카드거품의 여파로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제 성장은 더뎠고 청년실업도 늘어만 갔다. ‘나홀로 호황’인 수출은 기대와 달리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고 서민들의 고통지수는 늘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는 평까지 나왔다. ◇성장률 추락하고 실업률 늘어 = 경제성장률은 추락했고 실업은 크게 늘었다. 2002년 7.0%으로 성장률 성적은 집권 첫 해인 2003년 3.1%로 ‘낙제점’을 받았고 지난해에도 잠재성장률(5%)이하인 4.7%에 머물고 말았다.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7%대 경제성장률’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 호황을 겪은 적이 없다는 얘기다. 침체된 경기로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집권 첫해에만 3만여개의 일자리가 줄었고 지난해에는 간신히 4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상당수가 일용직ㆍ임시직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다보니 2002년 3.1%였던 실업률은 지난해 3.5%까지 치솟았고 실업자수도 2002년 70만8,000명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80만명을 넘기고 말았다. 특히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해 무려 7.9%까지 치솟았다. 통계수치에 포함되지 않은 잠재적 실업자까지 고려한다면 한국사회에서 ‘이태백’ (이십대 태반이 백수)은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은 호조, 내수는 최악 = 무풍지대에 갇힌 ‘한국경제호(號)’가 그나마 가라앉지 않은 것은 수출 덕이었다. 휴대폰 등 IT부문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 2002년 8.0%였던 수출증가율은 2003년 19.3%, 그리고 지난해에는 31.2%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이 2,000억달러를 넘겼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2002년 53억9,000만달러에서 2003년119억5,000만달러, 지난해에는 276억1,000만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수출의 활기가 내수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수출이 일부품목에 치우친데다 대기업이 이미 보유한 설비로도 수출물량을 충분히 감당할 정도다 보니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반면 내수는 최악의 기록들만을 양산해 냈다. 도소매 판매가 계속 줄었고 2002년 8.4%였던 설비투자도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카드 대란의 한기가 맹위를 떨치면서 신용불량자수도 늘어났다. 지난 2002년 263만6,000여명이었던 신불자수는 2003년 372만명으로 급증했다. 배드뱅크 등 뒤늦은 정부의 ‘소화작업’으로 지난해 들어 신불자수는 서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부동산 롤러코스터= 물가도 불안한 상황을 이어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3.6%를 유지했다. 겉으로 나타난 지표로는 안정세라고 할 수 있지만 장바구니 물가로 표현되는 생산자 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부동산 시장은 폭등과 급락을 오갔다. 참여정부 초기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퍼졌던 집값 폭등은 사회 불안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했다. 다행히 2003년 이른바 ‘10ㆍ29대책’으로 버블을 진정시켰지만, 지나친 규제로 거래가 실종되며 내수를 위축시킨 장본인이 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지역 실거래가 과세, 종합부동산세 신설, 1가구 3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정책은 2002년 16.4%대였던 주택매매가격을 지난해 2.1%까지 떨어뜨리기에 이르렀다. 금리와 환율의 움직임도 불안하다. 실세금리의 기준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02년 5.11%에서 2003년 4.82%, 지난해는 3.28%까지 내려갔고 원ㆍ달러 환율은 기록적일 하락세를 잇고 있다. 2002년말 달러당 1,186.2원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은 2003년말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 올들어서는 97년말 이후 처음으로 1,000원선이 붕괴하도 했다. 침체된 경기에 간신히 회복의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급락한 환율이 수출호황과 내수진작에 ‘복병’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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