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스포츠와 힐링


지난해 10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제2회 D-CUBS 지적장애인 골프대회에 참가한 박지환(22)씨.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는 골프를 배운 뒤 밖에 다니는 두려움이 사라졌고 골프연습장을 오가며 삶의 희망을 갖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회성ㆍ자신감ㆍ집중력을 골프를 통해 배웠다. 골프는 지적장애인의 희망이자 진정한 치료법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을 들락날락했던 20대 초반의 존은 희망 없이 자살만 생각하다 포니(조랑말) 한 마리를 선물 받고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말에 관한 것을 닥치는 대로 배우더니 말을 다루는 솜씨가 늘어갔고 말과의 우정도 매우 깊어졌다. 외승(야외승마)도 나가게 됐고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대화가 되면서 결국 외부 세상에 나갈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치료 담당자들도 말을 통해 이런 커다란 치료 효과를 얻으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Horse sense and the human heart'라는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와 인터넷 중독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정모(16)군은 지난해 1월 한국마사회 재활 승마 강습에 참여한 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학교만 끝나면 거의 종일 인터넷에 빠졌다시피 했던 그가 제주마와 단짝 친구가 돼버린 것이다. 인터넷 중독이 심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했던 그 아이가 짧은 시간에 호전돼 선생님은 물론 가족ㆍ친척들이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는 올해 말 관련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장애 아동 정서회복에 큰 도움

스포츠가 아이들의 힐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관심 없는 일에는 2~3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장애 어린이가 승마나 골프에 빠져들면 4~5시간, 길게는 종일 매달린다. 장애 아이를 위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부모도 그 덕분에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장애인이나 중독증ㆍ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에 대한 스포츠 힐링 효과가 아직 통계적으로 증명되거나 학문적으로 제대로 분석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골프가, 승마가, 스포츠가 외롭고 아픈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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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한국마사회(KRA)는 우리 아이들의 힐링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인천 KRA승마힐링센터에는 재활 승마 효과가 나타나면서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대기 중인 학생마저 크게 늘어나자 지난해 하반기 경기도 시흥에서 2호 센터 문을 열었다. 마사회는 장기적으로는 1,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0년까지 전국 30곳에 추가로 이 센터의 문을 열 계획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위기학생 실태 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 중 4분의1이 정서 불안, 반항 장애, 품행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인터넷 중독 등 정서 장애를 겪고 있다.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이 연간 7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 이상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서는 2050클럽에 가입한 경제7대 강국이다. 정부나 기업과 사회가 나서서 소외된 장애인들의 힐링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기업 나서 활성화 도와야

29일부터 2월5일까지 8일 동안에는 도전자 모두가 승자가 되는 '특별한 올림픽'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열린다. 전 세계 111개국에 3,300여명의 지적발달장애인이 선수로 참가하는 대회다.

196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매 2년마다 동ㆍ하계 번갈아 개최된다. 이번 평창대회는 10번째 대회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다. 알파인스키ㆍ크로스컨트리ㆍ스노보드ㆍ스노슈잉ㆍ쇼트트랙ㆍ피겨스케이트ㆍ플로어하키 등 7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17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이 스페셜올림픽의 성화가 채화됐다. 23일 성화가 국내에 도착하면 광화문광장에서 환영식을 가진 뒤 2개 코스로 나눠 전국을 순회하고 28일 평창에 도착한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넘어 스포츠 힐링의 기능이 소외된 곳으로,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는 염원을 이 성화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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