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에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살벌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기업은 무선호출기와 휴대폰 단말기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인 팬택(대표 朴병엽)으로 이 회사는 그동안 LG정보통신(대표 徐평원)에 단말기를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대량 납품하면서 성장해 왔다.
팬택의 매출규모는 95년에 3백55억원, 96년에 4백86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단말기 대량 공급에 힘입어 무려 7백62억원으로 급성장해 정보통신분야의 성공적인 벤처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LG정보통신에 단말기를 납품하면서 휴대폰 단말기 생산기술을 축적해 LG정보통신과는 `동지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
그러나 팬택이 지난 5월 美 모토롤러로부터 1천5백만달러 규모의 자본을 유치하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단말기 OEM 생산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제는 서로 경쟁해야 하는 `적대적인 관계'로 변모했다.
LG정보통신도 팬택이 모토롤러와 손을 잡자 그동안 유지해 온 OEM 생산관계를청산했다.
더구나 CDMA 단말기 출현이후 한국시장에서 국산 단말기에 밀려 소비자들로부터사실상 잊혀진 모토롤러가 팬택에서 생산하는 명함크기의 폴더형 단말기 `스타택'으로 국내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섬에 따라 LG정보통신측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던 팬택측은 더 나아가 이번에 생산하는폴더형 단말기로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이 분할해 왔던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LG정보통신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겠다고 장담하고 나서 더욱 LG정보통신측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전체 매출규모중 55% 가까이를 단말기에 의존하고 있는 LG정보통신은 그동안 OEM 방식을 통해 국내 벤처기업을 키워온 점에 스스로 만족하면서도 어제의 친구가 갑자기 오늘의 적이 된 현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LG정보통신측은 CDMA 단말기가 시장에 나온 이후 한국 소비자들에게 모토롤러는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낮아졌고 팬택 역시 자체 기술은 빈약하다고 주장하면서 모토롤러와 팬택측의 신제품 공세를 일축하고 있다.
LG정보통신측의 주장대로 벤처기업인 팬택을 생산기지로 잡고 한국시장을 다시겨냥하고 나선 모토롤러의 공세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어제의 동지에게 역습당해 2위 자리를 내놓게 되는 사태가 오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