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사 임원 고액연봉에 메스 왜?

실적 하락에도 줄줄이 올라<br>금감원, 연봉체계 전수조사<br>비합리적 성과급 산정 돋보기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임원의 고액 연봉 체계를 수술하기로 했다. 최고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지만 과연 실적에 근거한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시장의 비판 때문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의 연봉 체계를 전수조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적이 떨어져도 임금은 별로 내려가지 않고 성과 측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우선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임원의 연봉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필요하다면 증권사와 보험사 등 금융업계 전체로 조사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실제 최근 금융회사들은 실적 하락에도 연봉이 상승했다.

우리ㆍKBㆍ신한금융 등의 회장과 사장을 비롯해 우리ㆍ국민ㆍ기업ㆍ한국스탠다드차타드 등 은행 임원의 평균 연봉이 실적 하락과 반대로 줄줄이 올랐다. 일부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성과급을 합치면 3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가 대표적이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스톡그랜트는 8만주가량으로 예상됐는데 어 회장이 이와 같은 수준을 받으면 28억원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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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일부 은행의 성과급 산정이 비합리적이라고 보고 원인을 따져볼 계획이다. 실적이 떨어지자 성과급은 줄였지만 고정급을 올리거나 실적이 떨어져도 주가 상승을 반영해 결과적으로 연봉이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연봉 공시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010년 금융회사 임원의 보상 내역 공개를 강화하도록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시중은행의 내부규범 중 성과 평가와 보상금 지급과 관련된 내용을 규정한 것은 두 개 조항에 그쳤다. 한국씨티와 외환 등 8개 은행은 내부규범에 평가 지표 및 주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우리ㆍSC은행을 제외한 15개 은행은 변동 보상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현행 법체계의 한계로 고액 연봉을 받는 사내이사의 연봉을 크게 차이 나는 사외이사와 뭉뚱그려 공시하기 때문에 개인별 연봉을 정확히 아는 것조차 쉽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최고경영자(CEO)가 단기 실적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성과와 연봉을 장기간에 걸쳐 연계하는 방향으로 연봉 체계를 바꿔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당국은 이연지급이 본래 취지를 벗어나 실적이 떨어질 때 연봉 하락을 막는 명분으로 활용되거나 정확한 연봉을 알기 어렵게 하는 허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톡옵션에 비해 장기간에 걸쳐 지급하는 스톡그랜트도 CEO 임기 동안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은 단기 실적주의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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